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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장리석씨 그림 제주를 빛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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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장리석씨 그림 제주를 빛낸다

입력
2005.06.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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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상 계열의 원로 서양화가 장리석씨가 그림 110점을 제주도에 기증했다. 예전 자신의 주요 작품을 국립현대미술관에 기증한 최영림씨, 서울시립미술관에 기증한 여성화가 천경자씨 등에 뒤 이은 빛나는 선행이다. 제주도로서는 더할 나위 없이 큰 경사다. 장씨는 구상화 부문에서 우리 현대미술을 개척하고 이끌어온 거장이다.

두텁고 질박한 붓 터치로 한국 서민의 애환을 진술하고도 따스하게 형상화해온 그는 넉넉하고 유머러스한 인품 면에서도 많은 이들의 사랑과 존경을 받아 왔다.

제주도는 2007년까지 제주도립미술관을 건립해 그의 그림을 상설전시할 계획이다. 장씨는 한국전쟁 때 북한출신 화가 이중섭 최영림 등과 교우하며 함께 제주에서 피난생활을 한 적이 있다.

일본에서 유학한 그는 전쟁 중에 북에 가족을 두고 월남했으며, 재혼했으나 남쪽의 자녀는 없다. 중앙대 회화과 교수로 재직한 바 있는 그는 국전 대통령상, 국전 초대작가상 등을 수상했다.

제주도는 그의 작품기증에 따른 화집 발간, 초상조각 제작, 타인소장의 대표작 구입 등의 사업을 벌일 계획이어서, 이번 경사가 제주문화 발전에 적지 않은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전망된다.

제주는 조선 시대 사대부들의 유배지와, 6ㆍ25 때 예술가들의 피난지로서 남다른 문화적 토양을 간직하고 있다. 관광을 산업의 앞 자리에 두는 제주로서 이런 토양과 역사는 매우 귀중한 자산이기도 하다.

문학 음악 등과는 달리 미술은 일정한 크기의 작품이 유산으로 남는 예술분야다. 국립현대미술관에 작품을 기증한 최영림도 북한출신 화가였고, 이중섭미술관은 제주 서귀포시에 세워져 있다.

본인의 주요 작품이 많이 포함돼 있는 장씨의 이번 기증은 의미가 더욱 크다. 차제에 문화 당국이나 지자체가 작품 남길 곳도 마땅찮은 실향민 화가들을 위한 특별미술관 건립을 적극 고려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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