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자본의 조세회피에 대한 정부의 대응은 크게 두 갈래다.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세워 국내에 투자한 경우 무조건 과세할 수 있도록 하고, 이중과세방지협정 하에서도 실질적인 투자자와 투자비율 등을 따져 일부 과세권을 확보하는 방향이다. 이를 위해서는 외국과의 조세조약을 개정하는 것이 관건이다. 국제 관례상 국가간 조약이 국내법에 우선하기 때문이다.
정부가 조세조약 개정에 나서기로 한 것은 주로 1970~80년대에 체결된 조세조약들이 조세회피행위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있는 최근 세계적 추세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데 따른 것이다.
직접적으로는 외국계 자본이 국내에서 막대한 투자이익을 올리고도 단 한푼 과세하지 못한다는 여론의 성화가 그 배경이 됐다. 그러나 조세조약 개정은 상대국과의 동의가 필요하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조약 개정 노력이 얼마나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우리나라는 현재 62개국과 체결한 조세조약은 각종 투자소득에 대해 해당 법인의 소재지 국가 한쪽에서만 과세를 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이런 내용은 외국자본 유치가 절실했던 과거에 체결됐던 것으로 우리나라에 불리한 경우가 대다수다. 이를 이제는 현실에 맞게 고쳐야겠다는 게 정부 입장이다.
그러나 체결된 조세조약을 개정하는 것은 상대국의 동의가 필요한 만큼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조세피난처 라부안 문제로 우리 정부와 1차 협상을 가졌던 말레이시아는 개정 반대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설혹 상대국이 조약 개정에 동의하더라도 상대국에 그만큼의 대가를 지불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 호주 등도 라부안을 조세조약 적용대상에서 제외시키는 대신 적지않은 반대급부를 지불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부의 조세조약 개정 방침은 한국이 외국자본을 차별한다는 해외 투자가들의 불만을 다시 불러일으킬 우려도 크다. 외환 관계자는 “조세회피 가능성 등을 철저히 검토한 뒤 국내 투자를 결정한 외국자본들이 조세조약 개정 후에도 과연 국내 투자를 지속할지 불투명하다”고 지적했다.
정영오 기자 young5@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