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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호, 오뚝이처럼 일어나 100승 '금자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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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호, 오뚝이처럼 일어나 100승 '금자탑'

입력
2005.06.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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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여 한국교민이 삼삼오오 ‘찬호 100승’의 플래카드를 들고 응원에 나선 5일(한국시각) 새벽 캔자스시티 로열스의 카우프만 스타디움.

역사적 기록에 눌린 ‘코리안 특급’ 박찬호(32ㆍ텍사스 레인저스)가 모두 8개의 안타를 얻어맞고 4실점 한 2회 1사 1루. 굳은 표정의 벅 쇼월터 텍사스감독이 덕아웃에서 불펜투수의 워밍업을 지시할 때 기념비적 사건은 후일을 기약하는 듯 했다.

그러나 3번타자 마이크 스위니를 병살처리해 어렵사리 이닝을 넘긴 박찬호는 텍사스 타선의 폭발에 힘입어 구위를 회복, 11-6으로 앞선 5회를 넘기고 마운드를 내려왔다. 떠들썩한 환호는 없었으나 한국야구에 불멸의 역사로 남을 한 장면이었다.

1994년4월9일 5만여 LA 다저스팬들의 호기심 어린 눈길 속에 후들거리는 다리로 꿈의 마운드에 선 지 12년 280경기 등판만에 통산 100승(73패)의 금자탑을 쌓았다.

역사는 쉽게 이루어지지 않았다. 시속 160km에 달하는 광속구만을 갖고 있던 ‘공주 촌놈이’ 한양대를 떠나 메이저리그에 도전했을 때 회의적인 시각이 가득했다. 아니나 다를까 그는 그 해 초반 2경기 4이닝에 5실점 하고 마이너리그행을 통보 받았다.

그러나 2년간 눈물의 햄버거를 벗으로 삼았던 마이너리그를 거쳐 96년 4월7일 시카고 커브스를 상대로 구원승, 5일 뒤 플로리다 말린스전에서 첫 선발승을 따내면서 국민을 환호와 탄식으로 몰아넣은 ‘메이저리그 정복’은 시작됐다.

이듬해 5선발에 발탁된 박찬호는 팀내 최다승인 14승(8패)을 거둬 입지를 굳혔고 다저스 선발 5년간 매년 10승 이상을 거둬 메이저리그 정상급 투수로 우뚝 섰다.

특히 그는 골프의 박세리와 함께 97년 외환위기 이후 실의에 빠졌던 우리 국민에게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자신감과 희망을 선사했다.

호사다마였을까. 매년 200이닝 이상을 소화하면서 얻은 허리부상이 발목을 잡았다. 5년간 6,500만달러의 파격적인 대우로 텍사스에 입단한 2002년부터 지독한 슬럼프에 빠졌다.

텍사스 3년간 전성기 한해 성적에도 못 미치는 승수(14승18패)로 3류선수로 전락하면서 ‘최악의 FA(자유계약)선수’라는 비난과 자괴감에 원형탈모증까지 보였다.

그러나 그는 재기의 몸부림을 멈추지 않았고 결국 올 시즌 오뚝이처럼 일어섰다. 그의 100승이 더욱 빛을 발하는 것은 깊고 길었던 역경만큼이나 재기의 불꽃이 눈부시기 때문이다.

올 시즌 6승1패로 최고의 전성기인 2000년(18승10패)의 성적을 능가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박찬호는 이날 경기 후 “아직도 갈 길이 멀다”고 말했다.

정진황기자 jhch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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