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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원의 길 위의 이야기] 리본에 대한 어두운 추억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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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원의 길 위의 이야기] 리본에 대한 어두운 추억들

입력
2005.06.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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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마다 아내가 아이의 교복을 손질한다. 그 모습을 보노라면 우리 때도 어머니가 저렇게 옷을 손질해 주어 그걸 입고 다녔지, 하는 생각이 저절로 든다.

월요일마다 교문에 학생지도과 선생님들이 나와서 우리들의 복장상태를 살펴보곤 했다. 그 중에 가장 빼먹기 쉬운 게 리본이었다. 그때는 거의 다달이 가슴에 리본을 달았던 것 같다.

늦가을과 봄철 건조기엔 ‘불조심 강조기간’이라는 리본을 달고 다녔고, 어떤 때는 ‘나무를 심자’거나 ‘쥐를 잡자’는 리본을 달고 다니기도 했고, 지금처럼 유월이 되면 ‘호국의 달’이라는 리본을 달고 다녔다.

말하자면 그 뜻을 가슴에 새기자는 것인데, 그것이 지나쳐 어느 월요일 아침 교복을 빨아 입으며 그걸 잊고 달지 않아 심하게 벌을 받고 매를 맞은 기억도 있다. 그날 교련 선생은 일부러 그것을 노려 교문을 지켰던 것 같다. 그게 과연 매를 맞고 벌을 받아야 할 정도의 잘못이었을까. 나는 지금도 선생 같지 않은 그의 태도를 경멸한다.

정말 그 시절 독재자는 왜 우리의 가슴에까지 그런 것을 달게 하지 못해 안달을 했을까. 호국의 달만 되면 나는 오히려 그 시절 그런 걸로 멍든 내 가슴을 돌아보게 된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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