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내부의 우발사태에 대비한 ‘개념계획 5029’ 를 작전계획으로 격상시키는 문제를 둘러싼 한미간 갈등이 해소됐다. 북한에 내란 등의 급변사태가 발생하더라도 즉각 군사대응 단계로 들어가는 작전계획은 당장 필요치 않다는 우리측 주장을 미국이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한미는 이달 중순부터 한미 군사위원회(MC)를 가동해 ‘개념계획 5029’에 다양한 유형의 한반도 우발상황에 대비한 공동 대응 방안을 담기 위한 논의를 시작키로 했다.
개념계획5029는 ▦쿠데타 등에 의한 북한 내전 상황 ▦북한 내 한국인 인질 사태 ▦대규모 주민 탈북사태 등의 시나리오에 대비해 1999년 한미 양측이 마련한 한반도 우발사태 대응책이다.
미국은 이를 군사력 운용계획과 연계시키기 위해 작전계획으로 발전시키자고 주장했고 우리정부는 평시 북한의 우발사태는 한국이 대응할 주권의 문제로 북한의 내정간섭 우려마저 있다며 미측과 맞서 갈등을 빚어왔다.
미국이 개념계획의 보완발전에 합의한 것은 일단 ‘작계화’ 고집을 꺾은 모양새다. 이는 미국이 한미동맹의 한정화 필요성을 공감하고 지속적인 남북관계 발전을 도모하려는 한국측 입장을 수용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그러나 개념계획을 당장 작계화하지 않더라도 이를 지속적으로 보완ㆍ발전시킨다는 합의는 우리측도 다소 양보한 결과다.
양측은 특히 이달 10일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민감한 군사현안을 봉합할 필요성에도 공감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핵문제 해결 방안에 대한 집중적인 논의가 필요한 정상회담 전에 불필요한 갈등요소를 제거가 시급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정부 고위 당국자는 회담에 앞서 “작계 갈등은 어떤 식으로든 타협이 이뤄질 것”이라고 예견하기도 했다.
한미 군사위원회에서 앞으로 논의될 내용에는 북한에 급변의 우발사태가 발생하더라도 한미 연합군의 작전부대 편성 등 군사력 운용 계획은 포함되지 않는다. 그러나 미 국방부 관리들은 여전히 북한의 급변사태와 관련한 ‘작계’에 미련을 떨치지 못한 것으로 알려져 ‘계획의 구체화 수준’을 높이려 (일부 군사력 운용방안의 반영 요구 등) 한다면 논의과정은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개념계획은 ‘작계 5029’의 간판을 바꾼 말장난에 불과하다”는 북한의 부정적 반응도 향후 논의에서 무시 못 할 변수가 될 수 있다.
김정곤 기자 kimj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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