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청간 파열음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지난 주 당정청 워크숍에도 불구하고 갈등이 수그러들지 않을 뿐 아니라 화살이 노무현 대통령에게도 향하고 있다. 여기에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모임)까지 발을 담그는 형국이어서 사태가 쉽사리 수습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열린우리당 의원들의 비판 목소리는 총리실과 정부를 넘어 노 대통령과 청와대로 향했다. 당내 대표적 중도파로 꼽히는 정장선 의원은 4일 불교방송에 출연, “노 대통령의 이상주의적 생각에 입각해서 정책을 추진하다 보니 현실과 생기는 괴리가 있고, 그게 최근에 문제가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 의원은 “국토균형발전이라는 취지에는 공감을 하지만, 이게 행정중심도시, 혁신도시, 기업도시, SㆍJ프로젝트 등 전 국토를 대상으로 한 광범위한 계획들이 계속 발표되니 부동산 가격이 엄청나게 뛰는 것”이라며 “이를 규제와 세금을 통해 막으려고 하니까 건설경기가 위축되고, 불만은 불만대로 생기는 악순환이 계속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청와대 내 일부 인사에 대한 문책 요구도 나왔다. 안영근 의원은 이날 SBS라디오에 출연, “누구라고 지목할 수는 없지만 월권을 하거나 청와대에 근무하면서 본연의 임무에 벗어난 사람에게 징계성 문책이 있어야 한다”며 “집권 후반기를 제대로 마무리하기 위해 대통령의 용단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386 의원들의 모임인 ‘새로운 모색’ 대표인 송영길 의원도 “국민은 청와대와 정부, 여당을 분리해서 보는 게 아니다”며 “당정청이 더욱 긴밀하게 정보를 공유하고 정확히 정리를 해서 책임 질 사람이 있으면 책임을 져야 한다”고 청와대의 ‘기계적’ 당청 분리론에 문제를 제기했다.
이처럼 당내 재선급 의원들의 동시 다발적 문제제기는 누적된 불만의 표출로 해석된다. 청와대와 일부 대통령 주변 인사들의 잘못이 그대로 당에 악영향을 미치는 현상을 두고만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청와대와 정부가 문제를 만들면 당이 수습하기 바쁘다”는 얘기들이다.
현재로선 청와대와 이들 의원과의 시각 차가 커 갈등해소가 쉽지는 않아 보인다. 문희상 의장은 5일 “당정청은 워크숍을 통해 나아갈 방향에 합의를 이뤘다”며 “개별 의원 한마디 한마디에 좌지우지 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지만 상황은 그렇게 간단치 않다. 노사모는 4일 “대통령의 핵심 정책을 부정하는 의원이 우리당에 있다는 것은 이해가 안 된다. 대통령의 철학을 당이 제대로 구현하지 못하는 게 문제”(심우재 대표)라고 정 의원 등을 겨냥했다. 당 일각에서 “대통령이 직접 나서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오는 것도 그래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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