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의 귀국이 초읽기에 들어간 분위기다. 측근 변호사와 여권 관계자가 베트남에 머물고 있는 김 전회장을 직접 만난 뒤 나온 귀국설과 검찰의 수사대비 태세로 보아 김 전회장의 ‘공개적 귀국’이 임박했음을 느끼게 한다. 뒤늦게나마 김 전회장이 대우사건의 사법적 매듭을 위해 자진 귀국 의사를 밝힌 것은 반길 일이다.
고령에다 심장질환을 앓으면서 5년간 도망자생활을 해온 김 전회장의 처지도 안쓰럽지만 그를 인터폴에 공개수배 해놓고도 모른 척 해온 정부의 태도 역시 옳지 않다.
김 전회장 자신을 위해서나, 대우사건의 사법적 마무리를 위해 김 전회장의 귀국은 빠를수록 좋다. 그러나 친 대우세력이 ‘선처’를 위한 분위기 조성에 나서고 정부도 물밑 타협에 응하는 듯한 작금의 상황은 그리 좋은 모양이 아니다.
김 전회장이 귀국에 앞서 정부 의사를 타진하는 태도 또한 떳떳치 못하다. 동정을 유발해 처벌을 경감 받겠다는 의도라면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더 많을 것이다.
김 전회장의 공과는 충분히 따질 필요가 있다.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며 세계를 누빈 그의 개척자적 모험정신은 평가 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분식회계 불법대출 재산해외도피 등의 혐의에 대한 정리는 불가피하다. 정치적 배경을 고려하더라도 실정법을 위반하고 막대한 피해가 발생한 것은 사실이기 때문이다.
공과를 제대로 평가 받겠다는 대우 사람들의 입장은 이해한다. 그러나 유리한 분위기로 통과 의례적인 매듭을 짓겠다는 의도라면 잘못된 일이다.
아득히 먼 사건의 진상을 캐는 작업이 벌어지는 마당에 진행형인 사건을 어물쩍 넘길 수는 없다. 정부도 분명한 태도를 갖고 처리해야 한다. 그래야 선처를 내리든 단죄를 하든, 그 결과에 국민들이 수긍할 것이다. 무엇보다 김 전회장의 명예회복을 위해 당당한 사건처리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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