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외국자본이 국내에서 막대한 투자이익을 올리고도 조세조약(이중과세방지협약)의 허점을 이용해 과세대상에서 빠져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 외국과의 조세조약 개정을 추진키로 했다.
또 조세피난처에 설립한 페이퍼컴퍼니(서류상으로만 존재하는 회사)를 통해 국내에 투자해 얻은 주식양도차익, 이자, 배당 등의 투자소득은 조세조약 적용대상에서 제외해 과세할 수 있도록 세법에 명문화하기로 했다.
재정경제부는 5일 내ㆍ외국인 자본이 조세조약을 남용해 조세를 회피하는 행위를 차단하기 위해 조세조약 개정을 추진하는 한편 관련세법을 개정키로 했다고 밝혔다. 우리나라는 현재 말레이시아, 미국, 일본 등 62개국과 조세조약을 체결한 상태다.
정부는 우선 뉴브리지캐피탈 등 국내에 진출한 외국자본들이 조세피난처로 주로 이용하고 있는 말레이시아 라부안을 조세조약 적용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말레이시아와 협의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7∼10일 서울에서 말레이시아와 조세조약 개정을 위한 제2차 협상을 갖는다.
라부안은 양국 간 조세조약이 체결된 1983년 이후에 조세피난처로 설정됐음에도 불구하고 양국 조세조약 적용 대상에 포함돼 외국자본들이 라부안을 거쳐 국내에 투자, 과세를 회피하고 있다.
정부는 또 앞으로 조세조약을 체결하거나 개정할 때 조세조약 남용사례에 대해서는 비과세 또는 제한세율 적용혜택을 받을 수 없도록 명시하는 방안을 상대국과 협의할 방침이다.
정부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과 체결한 조세조약에 대해서도 주식보유비율 등에 따라 투자자가 거주하는 나라뿐만 아니라 소득이 발생한 나라에서도 과세할 수 있도록 조약 개정을 추진키로 했다.
또 이자 등 투자소득에 대해 투자자의 거주지 국가에서만 과세할 수 있도록 한 조세조약에 대해서는 실제 투자자인 경우에만 그런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아울러 정부는 내ㆍ외국인 자본에 대해 실제 투자자를 기준으로 조세조약을 적용한다는 내용의 세법 개정안을 마련, 올해 정기국회에 제출할 방침이다.
재경부 관계자는 “조세조약 개정 방침은 외국자본을 규제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국제기준에 맞는 세제를 구축하고 오래된 조세조약을 현실에 맞게 조정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정영오 기자 young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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