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천재’ 박주영은 하룻밤 사이에 축구국가대표팀의 구세주로 떠올랐으니 우쭐할 법하다. 하지만 딴판이다. 오히려 만19세11월의 청년이란 사실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침착하고 겸손해 ‘애늙은이’란 말이 딱 맞는 것 같다. 3일 우즈베키스탄 전에서 극적인 동점골을 넣은 뒤에도 “꼭 골을 넣어야 하는 상황이었고, 상대수비가 비어 있어서 골을 넣을 수 있었어요. 그리고 이기지 못해 아쉬운데요”라고 말했다. 박주영은 4일 본프레레 감독의 특별허가를 받아 15분간 인터뷰에 응했다.
-우즈벡전에서 측면에서 중앙 공격수로 포지션 바뀌었는데. “둘 다 비슷해요. 공간으로 치고 들어가는 것이나 움직이는 것이나….” 선배들과 뛰어보니 호흡 잘 맞았나. “그런대로 괜찮았어요. 연습할 때 많이 (손발을) 맞춰봤고, 선배님들이 갖출 건 다 갖추셨기 때문에…” -본프레레 감독은 박주영 선수가 초반에 긴장했다고 하던데. “긴장 보다는 첫 경기이니까 조심하려고 했던 게 그렇게 된 거 같고요. 수비에도 많이 가담하려다 보니까 위축된 경기를 한 것 같아요.” -본프레레 감독은 발탁에 미온 적이었다가 이번에 선발 풀타임을 뛰게 했는데. “ K리그에서 제가 경기하는 모습을 많이 봐 주시고, 경기에 도움이 될 거라는 이유로 뽑아 주신 것 같아요.”
-우즈벡전 이후 감독이 더 신뢰하는 것 같나. “잘 모르겠는데요.” -쿠웨이트전에 대한 팬들의 기대가 더 큰데. “더 열심히 하고 골도 넣고 팀에 보탬이 되도록 하겠습니다.” -올초 카타르 국제청소년 대회에서 팬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는데, 중동에서 경기하는 기분은. “날씨가 너무 더워서 부담이 되는데요. 장소는 어디에서 열리든 상관 없고, 제가 도움이 된다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길 수 있을 거 같아요.” -청소년 팀은 또래고, 대표팀엔 유상철 선수같이 10살 이상 차이가 나는 선수도 있는데. “선배들이 배려를 많이 해주시고 편하게 플레이할 수 있도록 잘 해주세요.” -언론의 집중 관심의 대상이 돼서 안 좋은가. “기분은 안 나쁜데요. 필요한 것도 있다고 생각하고요. -프로에 들어와 연봉도 발표됐고. CF도 많이 찍었는데, 돈관리 어떻게 하나.
“돈은 집으로 가니까 나한테 오는 거 없어요. 용돈은 타쓰니까 모르겠어요. 그때그때 어머니한테 달라고 하는데요.” -앞으로 해외 진출에 대비, 영어공부는 하나. “예전에 과외 했었는데 지금은 계속 나와 있느라고 못하는데요. 단어책이나 회화책 들고 다니긴 하는데. 나중에 더 배워야겠어요.” -여기 올 때 책을 가져왔나. “회화책 가져 왔어요. 영어기초요.” -언론에서 본인에게 천재라는 수식어 많이 쓰는 데, 본인도 그렇게 생각하나. “아뇨. 전혀. 실수 많이 하고요. 못 넣을 때도 많고 밖으로 날릴 때도 더 많고. 똑같아요.” -그러면 왜 남들은 본인을 천재라고 한다고 생각하나. “운이 좋아서 골 넣은 것 같은데요.” -네덜란드에 가 있는 청소년대표팀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친구들이 준비 잘하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저도 가게 되니까 몸관리 잘 해서 친구들과 호흡 잘 맞춰서 좋은 경기를 하고 싶어요.” 타슈켄트=박진용기자
“쿠웨이트전에서도 골을 넣고 이기겠다”고 다짐하는 박주영이 인터뷰 내내 말실수가 거의 없다는 것에 놀랐고, 때론 너무 솔직하다는데 또 한번 놀랐다.
-데뷔골 후 누구랑 제일 먼저 통화했나. “집에 잠깐 통화했어요. 밥 잘먹으라는 것 말고는 별 말씀이 없었는데요.”
-개인기나 특출난 것은 있나. 가령 성대모사 같은 것. “그런거 없는데요. 전혀.” -훈련 끝나고 휴식 시간엔 무얼 하나. “여기선 할 게 없어요. TV보는데 뭐 한국 방송(실제로 KBS월드가 나옴)이 조금 나오더라구요. 보고 잤는데요.” -여성팬들 많은 데 (여자친구가) 질투하지 않나. “전혀 없어요.” -해외 있는데 전화는 하나. “전화 잘 하기 힘들어요.” -여성팬들에게 인기가 많은 데 본인이 생각하는 남자로서 매력은. “몰라요. 없어요...”
박진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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