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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시장 이상기류 3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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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시장 이상기류 3題

입력
2005.06.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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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로화 강세시대 막내려

국제외환시장이 유럽헌법 부결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올해 외환시장의 화두는 누가 뭐래도 ‘달러 약세’였지만, 프랑스 네덜란드 등 유럽연합(EU) 주요 국가들이 통합유럽 헌법을 잇따라 부결시키면서 작년 말 이래 최대 강세 통화였던 유로화는 순식간에 약세로 반전됐고, 달러화는 일순간 ‘강한 통화’로 반전됐다. “오래갈 것 같던 달러약세 시대가 EU의 정치적 요인으로 뜻하지 않게 막을 내리게 됐다”는 관측마저 나온다.

국제외환시장에서 지난 주말 유로 환율은 1유로=1.2236달러로 마감됐다. 작년 말(1.355달러)에 비하면 유로화의 가치는 무려 10%가까이 떨어졌고, 그만큼 달러가치는 상승한 것이다. 유로화의 초(超)약세에 따라 달러화는 엔화에 대해서도 덩달아 강세로 전환돼 작년말 102.63엔이었던 엔·달러환율은 현재 107~108엔대를 오가고 있다.

전문가들은 EU국가들의 유럽헌법 부결에도 불구하고, 유로화 단일 통화체제 자체가 깨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유로권 경제 자체가 좀처럼 부진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이탈리아 등 일부 국가에선 ‘유로동맹 탈퇴론’까지 나오고 있어, 유로화의 강세복귀는 힘들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중장기적으론 유로화 가치를 안정적으로 전망하는 시각도 많지만, 뱅크오브아메리카 씨티그룹 등 주요 투자은행들은 1~2개월내 유로화가 1.1~1.2달러선까지 내려갈 것으로 예상했다.

■ 원화만 나홀로 강세행진

EU헌법 부결파장으로 달러화가 ‘어부지리 강세’를 누리면서 주요국 통화들이 대부분 약세로 전환됐지만, 원화만 유독 ‘상대적 강세’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경제 펀더멘틀이 튼튼한 것도 아니고 외환수급 상에 별다른 강세요인이 없는데도, 우리나라 특유의 시장심리가 원·달러환율 상승을 가로막고 있다는 지적이다.

5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일본 엔화는 작년 말에 비해 약 4%, 유로화는 10% 가까이 절하됐고 아시아에서도 태국 바트화 4.5%, 싱가포르 달러화 2.4% 등 일제히 가치가 떨어졌지만 우리나라 원화는 오히려 2.7% 절상된 상태다. 900원대로 내려갔을 때에 비하면 원화 강세는 누그러진 것이 사실이지만, 국제외환시장에서 달러화가 상대적 강세행진을 시작한 4월말 이후 대부분 국가의 통화들이 ‘대폭 약세’현상을 나타냈음에도 불구, 원화만 상대적 하락폭이 미미한 실정이다.

국제적으로 달러화가 강세로 전환했고 4월 경상수지가 수출부진 및 외국인배당송금 증가로 적자를 기록하는 등 어느 모로 보나 원·달러환율은 더 올랐어야 옳다. 그런데도 원·달러환율이 별로 상승하지 않는 이유는 바로 환율이 조금만 올라도 수출 기업들이 보유달러를 시장에 쏟아내고 있기 때문.

시장 관계자는 “달러화 약세가 한풀 꺾였다는 전망이 지배적인데도 기업들은 원·달러환율이 더 떨어질 것으로 생각하는지 계속 달러를 내다팔고 있다”며 “기업들은 선물환 거래 등을 통해 향후 환율상승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위안화 절상 무용론 확산

중국 위안화 절상시기가 오리무중 상태로 빠져드는 가운데, ‘절상 무용론’까지 나오고 있다. 위안화 절상이 당장이라도 단행될 것 같았던 지난달 초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다.

최근 제기되는 논의의 골자는 미국이 경상수지 적자해소를 위해 중국에 위안화 절상압력을 넣고 있지만, 위안화 절상이 경상적자문제의 해결책은 아니라는 것. 세계적 환율 전문가이자 1999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미국 컬럼비아대 로버트 먼델 교수는 지난달말 베이징에서 열린 한 포럼에서 “위안화 절상은 불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먼델 교수는 “위안화가 절상된다고 해서 미국은 무역적자를 해소하지 못하며 오히려 중국의 성장 및 고용악화와 중국에 투자하는 외국인들의 이익감소를 가져올 것”이라며 “중국은 환율변경 대신 세계무역기구(WTO) 의무준수와 시장개방을 확대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아시아개발은행(ADB)도 최근 보고서에서 “중국이 위안화를 10% 절상해도 미국의 경상수지개선은 36억 달러에 불과하다”며 위안화 절상은 미국 경상수지 적자 해결책이 될 수 없음을 강조했다. 얼마 전 앨런 그린스펀 미국 연준 의장도 같은 분석을 내놓았다.

중국 내에서는 ‘부시 행정부가 경제정책의 실패(쌍둥이적자) 책임을 위안화 절상압력으로 전가하고 있다’(인민일보 30일자 논평)는 여론이 갈수록 확산되는 상태. 미국의 압력강도가 높아질수록 중국의 거부반응도 완강해질 수 밖에 없어, 위안화 절상시기는 생각보다 훨씬 더 늦어질 것이란 관측이 점차 우세해지고 있다.

이성철 기자 sc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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