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정상회담이 10일 개최된다. 이번 회담은 북핵 문제 해결이 핵심 의제인 만큼 국민의 기대가 크다. 6자 회담이 교착상태에 빠져 있고 북미간 적대관계가 순화하지 않는 상황에서 열리는 정상회담이라 기대가 더하다.
온갖 위기설로 국민들의 불안감이 적지 않은 가운데 열리는 회담이기 때문에 노무현 대통령으로서는 여간 부담스런 행사가 아닐 수 없다. 현 국면의 교착상태에 어떻게든 돌파구가 마련되어야 한다는 측면에서 국민들이 이번 회담에 의의를 부여하고 기대를 갖는 것은 당연하다.
정부 외교안보팀은 이 회담을 비교적 충실하게 준비해온 것 같다. 4월 말 이종석 국가안전보장회의 사무차장의 워싱턴 방문에 이어 서주석 전략기획실장이 비밀리에 워싱턴을 방문했다. 최근에는 권진호 국가안보보좌관과 송민순 6자회담 한국측 수석대표도 워싱턴을 방문해 다양한 대화를 나누었다고 한다.
우리 국민은 이번 회담을 통해 북핵 문제 해결의 진전과 더불어 한미관계 발전 차원에서도 성과를 기대하고 있다. 이번 회담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외교안보팀과 대통령이 얼마나 세밀하게 준비하고 실행하는가가 일차적으로 중요하다. 회담은 상대가 있는 만큼 미국의 자세와 진정성이 미흡하면 성공하기 어렵다.
하지만 보다 중요한 요소는 회담의 성공을 위한 국민의 결집된 태도와 역량이다. 국민 여론이 분열되어 있으면 대통령이 아무리 잘하려고 해도 성과를 내기 어렵다. 국민이 힘껏 밀어줘도 미국이라는 국가는 우리 힘에 부치는 상대이기 때문이다. ‘두고 보겠다’ ‘트집잡을 구석은 없나’ 등의 마음자세를 가진 사람들이 많으면 이번 회담이 성과를 내기 어렵다.
‘30분 회담하러 30여 시간을 비행기 타고 왔다 갔다 하느냐’는 지적이 있는데, 이런 국내 분위기가 있으면 이번 회담은 아무리 잘해도 긍정적 평가를 받기 어려울 것이다.
특히 한미동맹의 미래와 우리의 국익을 걱정한다면서 전문가집단, 언론, 정치인, 여론 주도층이 이런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기에 우려된다.
이들은 ‘한미동맹이 약화한다’ ‘미국이 한국을 버린다’ ‘워싱턴이 부글부글 끓고 있다’ 등의 인식을 갖고 있으며, 이 인식을 여론으로 만들고 있다. 한미 정책 당국자들은 협의와 조율이 잘되고 있다는데, 워싱턴이 청와대를 불신한다는 등의 얘기를 하고 다닌다.
물론 협의와 조율이 잘되는지는 평가가 다를 수 있다. 하지만 진정으로 국익을 걱정하고 한미관계의 발전을 원한다면 약간의 불신과 오해가 있더라도 그것을 확대 증폭시키는 일은 삼가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국익과 한미관계 발전은 사적이거나 파당적 차원의 일밖에 아무 것도 아니다.
한미동맹은 조정기에 접어들어 있다. 따라서 약간의 이견과 불협화음은 불가피하다. 그런 진통을 겪으면서 한미동맹은 양국간 이해관계에 맞게, 탈냉전이라는 시대적 흐름에 부합되게 발전해가는 것이다. 그 결과 한미관계는 이전보다 더욱 포괄적이고 역동적이며 상호보완적으로 성숙해지는 것이다. 이것이 한미간에 합의된 미래 한미관계의 방향이다.
북핵 문제와 한미관계는 중장기적 각도에서 바라봐야 할 소지가 많은 과제다. 따라서 한번의 정상회담을 통해 정리될 수 없다. 이번 회담에 대해서도 지나치게 큰 성과를 기대하는 것은 금물이다. 공론을 가장한 사적 견해와 여론으로 뒤덮은 파당적 입장이 아니라 초당적이고 국론통합적 차원에서 정상회담을 바라본다면 그만큼 성과를 거둘 것이다.
이수훈 경남대 북한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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