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흘 간 총 17시간 55분 동안 몰입해야 하는 오페라. 올 가을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만나게 될 바그너의 ‘니벨룽의 반지’ 4부작이 2일 예매에 들어갔다.
러시아 음악의 ‘차르’(황제)로 불리는 발레리 게르기예프의 지휘로 러시아 마린스키극장 오페라가 9월 24일부터 29일까지 공연한다.
마린스키극장 가수들과 오케스트라가 와서 ‘라인의 황금’(24일) ‘발퀴레’(25일) ‘지그프리트’(27일) ‘신들의 황혼’(29일)을 차례로 올린다. ‘니벨룽의 반지’ 한국 초연이다, 드디어! 음악적 사건이고 문화적 충격이다.
‘니벨룽의 반지’는 워낙 길고 크고 어려워서 이 작품을 올릴 수 있는 극장이 전세계에 몇 안 된다. 엄청나게 복잡한 줄거리와 질릴 만큼 긴 공연 시간도 그렇지만,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육중한 음악과 무겁고 힘이 넘치는 노래, 신화적 공간을 연출하는 장대한 무대도 문외한들을 주눅들게 만든다.
하지만 바그너 팬들은 흔히 ‘광신도’에 비유될 만큼 열광한다. 바그너 음악의 성지인 독일 바이로이트 극장의 ‘니벨룽의 반지’를 보려면 보통 7~10년을 기다려야 한다.
게르기예프의 ‘니벨룽의 반지’ 4부작은 2003년 독일 바덴바덴에서 초연, 대성공을 거뒀다. ‘바이로이트 극장의 바그너라야 진짜 바그너’ 라고 굳게 믿는 마니아들은 ‘반지’의 한국 초연이 러시아인들의 손으로 이뤄지는 데 대해 정통이 아니라며 못마땅해 하기도 한다.
하지만 게르기예프와 마린스키 극장의 ‘반지’가 그동안 받은 평을 보면, 큰 기대를 걸어도 좋을 것 같다. 독일 언론조차 “러시아는 ‘니벨룽의 반지’ 4부작의 승리자가 됐다”고 치하했다.
이번 공연의 회당 입장권은 최고 25만원, 4회분을 모두 사면 10% 할인해서 90만원이다. 으악 소리가 나겠지만, 이 오페라의 장대한 규모를 생각하면 얇은 지갑이 원망스러울 뿐 그리 놀랄 일도 아니다.
시간도 문제다. 가장 짧은 ‘라인의 황금’이 2시간 40분이고, 나머지 3편은 5시간 안팎이다. 하도 길어서 ‘신들의 황혼’(5시간 40분)과 ‘지그프리트’(4시간 45분)은 낮 5시에 시작한다, 그것도 평일에! 직장인들은 휴가라도 내야겠다.
줄거리나 음악을 생각하면 다시 한 번 긴장하게 된다. 정말(!) 복잡하다. 어지럽게 얽힌 수많은 등장인물을 파악하려면 족보라도 그려봐야 할 것 같다. 신과 거인, 난쟁이, 영웅, 마법 등의 신화적 세계에서 펼쳐지는 장대한 드라마가 권력과 자유, 파괴와 창조, 전쟁과 평화, 사랑과 증오 같은 영원한 테마를 이야기한다.
음악은, 가히 마법이다! 바그너 음악은 너무 거창해서 싫다는 사람들도 있지만, 바그너가 구사하는 장대하고 찬란한 관현악 기법을 그냥 욕하고 넘어가려면 강심장이 필요하다.
이쯤 되면 관람을 포기해야 할까. 한국바그너협회 회원인 의사 유정우씨는 “바그너가 거대한 건 사실이지만, 그렇게 부담스러워 할 필요는 없다”고 안심시킨다.
바그너는 등장인물이나 상황을 암시하는 이른바 ‘유도동기’ 를 음악에 많이 자주 배치하고 있기 때문에 뭘 모르고 봐도 내용을 알 수 있다는 것. 물론 ‘예습’을 하면 더 잘 감상할 수 있다. 일단 전체의 자세한 줄거리를 알고, 음악은 중요한 선율이 자주 겹치니까 발췌반으로 들어보면 좋겠다고 권한다.
그가 추천하는 ‘예습용’ 음반은 게오르그 솔티 지휘 판(데카)과 칼 뵘 지휘 바이로이트 실황(필립스), DVD는 제임스 레바인 지휘, 오토 쉥크 연출의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프로덕션(도이체 그라모폰)이다. 공연문의 CMI (02)518-7343
오미환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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