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언하거니와 ‘절대지식’이란 없다. 누구도 속일 수 없는 진실이라던 죽음조차 부인되고 부정되는 세상이다. 더욱이 ‘교양으로 읽어야 할’ 절대지식이라니, 형용 모순이다. 교양은 필수일 수 없으며 보편 범주에 들 만한 교양 역시 제한적이겠기 때문이다.
하니, ‘교양으로 읽어야 할 절대지식-세계명작편’(이다미디어 발행)에서의 ‘절대지식’은 ‘절대지식이라고 해도 좋을’쯤으로 이해할 표현이겠거니와, 그 모순적 과장에는 교양 박약의 동시대에 대한 얼마간의 분노도 개입된 듯하다.
책은 호메로스의 ‘일리아스’부터 ‘반지의 제왕’에 이르는 226편의 작품을 망라한, 일종의 세계문학 백과사전이다. 일본 도쿄외국어대 가메야마 이쿠오(龜山郁夫)교수 등 101명의 해외문학 전공 학자들이 자기 영역의 고전ㆍ명작의 정수들을 정돈했다.
가령 ‘돈 키호테’를 열면 작품의 문학사적 의의를 정리한 압축적인 문장과 작가 세르반테스의 삶 등을 정리한 ‘INTRO(인트로)’를 만나게 된다. 이어 요약된 줄거리와 작품 배경 등이 이어지고 ‘작품 속의 명 문장’이 인용돼있다.
“이룰 수 없는 꿈을 꾸고 싸워 이길 수 없는 적과 싸웠으며, 이룰 수 없는 사랑을 하고 잡을 수 없는 저 별을 잡으려 했다.”(돈 키호테가 죽으면서 한 말) 편집진은 장의 말미에 해당 작품이 언제 어떻게 국내에 소개됐으며 어떤 사연이 있었고, 어떤 출판사에서 누구의 번역으로 출간돼있는지 등의 목록을 달았다.
백과사전이 전하는 지식은 단편적이고, 감동 역시 옹색하다. 그것을 완성된 ‘절대지식’의 텍스트로 활용하는 것은 ‘절대적으로’ 불가능하고 바람직하지도 않다.
하지만 사전은 ‘교양적으로’ 용인되는 길을 최소한의 시행착오로 인도하는 길잡이이자, 아련한 감동의 기억을 환기시키는 자극제이며, 문학을 가까이서 느끼고 배우고자 할 때의 자료집으로 더 없이 좋은 형식임에는 틀림 없다. ‘교양으로…’는 드물게 두껍고 무거우니 앉아서 느긋이 살펴봐야 할 책이다.
최윤필기자 walde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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