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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국책사업, 정치냐, 환경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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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국책사업, 정치냐, 환경이냐

입력
2005.06.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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팽두이숙(烹頭耳熟). 머리를 삶으면 귀는 저절로 익게 된다는 뜻이다. 경제가 잘되면 환경도 결국 득을 보게 되니까 경제만 잘 챙기면 되지 않느냐, 이것이 참여정부가 가진 경제와 환경에 대한 이해틀이다. 경제가 곧 해결사라는 경제만능주의 앞에 환경파괴는 경제를 위한 불가피한 부산물이나 갸륵한 희생양이 될 것을 요구받고 있는 것이다.

순망치한(脣亡齒寒). 이해관계가 밀접해서 한쪽이 망하면 다른 쪽도 망한다는 경고다. 환경진영에서 환경과 경제를 바라보는 기본 시각이다. 환경을 경제의 종속물이 아닌 독립된 주체로 인정하라는 것이다.

아니면 환경정책이라는 말 자체도 생색내기용 선전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참여정부가 환경색맹이고 참여정부에 환경정책이 어디 있느냐는 냉소가 여기에 근거하고 있다.

-경제 부양위한 일회영 마약 유혹

온갖 것을 다 희생시키며 노력해도 경제가 기대수준보다 좋아지지 않는 상황에서, 환경을 경제부양을 위한 일회용 마약처럼 악용하고픈 유혹을 받고 있는 것이 정부가 처한 급박함이다.

하지만 일시적 효과를 위한 환경훼손은 경제구조를 불건전하게 변질시켜 결국 경제와 환경 모두를 죽이는 짓이다. 예를 들어 단기적 경기부양을 위한 골프장 건설이나 토지이용규제완화를 성급하게 할 경우 자칫 순간적 거품이상의 효과를 내기 어려울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확실히 선택해야 한다. 단기적 경제효과를 위하여 환경을 희생할 것인지, 아니면 단기적 어려움을 참으며 장기적으로 건전한 삶의 질을 확보할 것인지. 만약 환경이 보존된 삶의 질 확보를 실현하려 할 경우 그 방법 중의 하나는 국책사업에서 정치논리의 적정성을 확보하는 것이다.

정치논리는 국책사업에 여러 형태로 관건적 역할을 하고 있다. 새만금 간척의 추진동력은 정치적 이해관계다. 사패산 터널, 천성산 터널의 사회갈등에 기폭제 역할을 한 것도 대선 공약이다. 사패산 터널의 해결 또한 대통령과 조계종 종정 간의 정치적 타결로 볼 수 있다.

이렇게 정치논리가 주도하던 국책사업에 대하여 정부에서조차 경계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음은 주목할 만하다. 이해찬 국무총리가 경제여건 미성숙에 근거한 호남고속철도의 착공연기를 주장한 것이나, 변양균 기획예산처 장관이 경부고속철도의 적자 발생이 경제성장에 방해된다는 지적은 국책사업부문에 경제논리가 제 목소리를 내겠다는 것이다.

한편 민자유치 국책사업에 대한 수요예측을 과대평가하여 국민의 혈세가 사업자의 이익을 위하여 쓰여지는 실증사례를 제시하고 있는 국회예산정책처의 지적도 있다. 이는 국책사업에 대한 경제논리의 발언권이 사회적 공명을 얻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국책사업은 필요하지만 경우에 따라 경제를 죽이고, 환경을 파괴하고, 사회갈등을 야기하고, 부의 형평성을 해치는 사회의 암적인 존재가 될 수 있다는 것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국책사업에 대하여 정치논리, 경제논리, 환경논리, 갈등논리 간의 균형을 모색하는 것이 절실한 시점이다.

-환경단체도 공동책임 인식해야

이런 맥락에서 볼 때 정부가 공을 들이고 있는 전략환경평가나 갈등관리시스템에 담겨있는 참여논리의 모양새는 적절하다고 하겠다. 하지만 실제 속내를 보면 참여의 의미와 내용이 왜곡되어 있다.

정부에서는 민간의 참여를 간섭이나 딴지 거리로 규정하여 들러리 수준으로 하려 하고, 민간에서는 참여를 사업무산이나 이해관계 확보의 기회로 활용하려고 하는 측면이 실존하고 있다. 정부는 참여논의과정을 통해 사업이나 기득권을 포기할 수도 있으며, 민간단체는 참여를 결과에 대한 공동책임으로 인식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곧 ‘참여=간섭’을 ‘참여=책임’으로 바꾸는 것이 필요하다. 이것이 말없는 대다수 국민의 뜻임을 양측은 명심해야 한다. 귀가 망가지고 입술이 없는 기형적 한국사회의 폐해는 결국 국민이 고스란히 떠맡아야 하기 때문이다.

조승헌 생명과 평화를 위한 환경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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