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의 힘은 시간의 고통에 비례한다. 인류는 시대의 미친 몽둥이를 우화로, 풍자와 해학으로, 환상으로, 견디고 조롱하고 저항한다. 그러니, 미친 몽둥이가 사라지지 않는 한 문학은 죽지 않고 죽을 수도 없다. 다만 몽둥이의 광기의 양태에 따라 끊임없이 변신하고 끈질기게 대응할 따름이다.
해서 성공한 문학은 시대의 양식과 정신으로 사후적으로 정립된다. 그 변신과 대응의 노력은 문학의 숙명이자, 문학 하는 이들의 새도-매저키즘적 멍에일 것이다.
동인(同人) ‘작업’은 그 멍에를 함께 지고자 연대(連帶)한, 등단 5년 이쪽 저쪽의 젊은 소설가 모임이다. 나이들이야 꽤 벌어지지만 등단 연차로 치자면 아직 문단의 가장자리에 끼어 앉을 군번들이겠고, 그만큼 도저한 에너지와 시퍼런 실험정신으로 도도한 이들이다.
권정현 원종국 구경미 김도언 김문숙 오현종 김숨 양선미 한차현 신승철 김도연 한지혜, 모두 12명이다. .
각개약진하며 그 사이 이름들을 꽤 알린 이들이 모임을 결성한 것은 2000년 가을이라고 한다. “영민한 개인의 고독한 침잠보다는 둘, 혹은 넷, 혹은 열 명의 공동 약진이 훨씬 명료하고 분명한 문학적 함의를 창출해낼 수 있”다는 믿음에 근거한 작당이었다. 이들의 작당은, 오늘 문단의 우람한 중진 반열의 작가들이 가담했던 ‘작가’ ‘소설시대’ ‘작법’ ‘창작’ 등 동인 시대의 맥을 복원한 것이었다.
결성 이듬해인 01년 이들은 첫 동인지 ‘거짓말’(문학동네 발행)을 냈고, 이번에 두 번째 동인지 ‘어젯밤에 우리 아빠가’(샘터 발행)를 냈다.
동인지는 테마 소설집이 원칙이라고 한다. “시대의 핵심적인 문제를 간파하고, 조류를 파악하고, 치밀히 토의한 끝에 도출한 주제를 주조음 삼아 각자 새롭고 다양한 변주들을 선뵌다”는 것이다.
이번 테마는 ‘분노’다. ‘분노가 사라진 시대를 살고 있지 않은가’하는 반성적 질문에서 출발했다고 한다. “풍요와 편리의 삶의 질서에 너무나 공손히 길들여진 게 아닌가 하는 성찰, 그렇다면 눈 부릅뜨고 허위의 삶을 가능하게 하는 허구적 질서에 결연히 맞서야 하는 것 아니냐는 결의”에 따른 것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그 분노들이 세상과 역사의 부조리를 향한 것만은 아니다. 그 대상은 운명이나 욕망이기도 하고, 문학적 자의식이기도 하다. 지극히 사(私)적인 것도, 공적이고 세대적인 것도 있다.
사정으로 작품을 못 낸 김도연, 한지혜씨를 제외한 10명은 책에서 분노의 대상 뿐 아니라, ‘분노의 기원과 구조에 대한 탐문’도 시도하고 있다. 요컨대 이번 동인지는 당자들의 표현을 빌자면, ‘(총체적) 화풀이이자 불꽃놀이의 마당’인 셈이다.
평론가 김진수씨는 ‘작업’동인들의 공통된 문학적 특징으로 “상상력의 회복과 환상에 대한 관심”을 들고, 동인지에 담긴 다양한 성취들을 분석한 뒤 “이들이 미적 가상을 통해 창조하려는 새로운 현실에의 열정에 주목”할 것을 주문했다.
최윤필기자 walde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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