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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 스로트… "아직도 비밀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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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 스로트… "아직도 비밀은 많다"

입력
2005.06.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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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언론 사상 가장 잘 지켜진 비밀’이라고 불렸던 ‘딥 스로트(deep throatㆍ익명의 정보제공자)’의 정체가 밝혀지면서 현대사의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들이 관심을 끌고 있다. 영국 BBC 인터넷판은 2일 ‘우리가 아직도 모르는 일 10가지’를 선정, 소개했다.

처음 꼽힌 미스터리는 미국의 카리스마적 노조 지도자 지미 호파 실종사건. 그는 1975년 미국 디트로이트의 레스토랑에서 종적을 감췄다. 그는 67년까지 10년간 전미트럭운전사노조(Teamsters Union)를 이끌며 200만 명의 노조원을 둔 강력한 정치세력으로 부각시켰으나 배심원 매수와 사기죄로 체포돼 지위를 잃었다. 그가 사라진 것은 감옥에서 나온 뒤 재기를 위해 발버둥치던 시점이었다. 이 때문에 비밀이 폭로될 것을 우려한 마피아 등 범죄조직, 또는 새 노조 지도부가 그를 제거한 것으로 추정되지만 시체조차 발견되지 않고 있다.

존 F 케네디 전 미 대통령의 암살이 오스왈드의 단독 범행인가라는 의문도 빠지지 않았다. 79년 미 하원은 경찰 녹음테이프를 분석, 두 곳의 장소에서 4발의 총성이 들렸고 오스왈드가 있던 장소가 아닌 곳에서 발사된 총탄이 치명적이었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오스왈드는 경찰소 유치장에서 잭 루비라는 사람에게 총을 맞아 죽었고, 잭 루비도 바로 그 방에서 의문의 암으로 사망했다.

축구에서도 미궁에 빠진 사건이 있다. 줄리메컵의 행방이다. 국제축구연맹(FIFA)의 초대 회장인 줄리메의 이름을 딴 이 트로피는 월드컵에서 통산 3회 우승한 브라질이 70년에 획득했지만, 83년 도난당한 후 지금까지 행방이 묘연하다. 경찰은 절도범들이 이 순금 트로피를 녹여서 팔았을 것이라고 추측하고 있다.

코카콜라의 제조비법도 2~4명의 회사 간부만이 알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제조비법을 담은 서류는 조지아주에 있는 은행 어딘가에 깊숙이 숨겨져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심지어는 이 비법을 알고 있는 간부들은 절대로 함께 여행을 다니지 못하고, 멤버 중 한 명이 죽을 때 후계자를 정해 비밀을 전수한다는 것이다.

이외에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와 라이벌인 고든 브라운 재무장관이 94년 5월 런던 북부 그래니타의 식당에서 무슨 밀담을 나눴는지도 풀리지 않은 미스터리다. 블레어가 먼저 총리를 하고 당권을 브라운에게 넘긴다는 내용이나 구체적인 조건들은 두 사람만이 알고 있다.

BBC는 또 작가 조앤 롤링이 해리 포터의 다음 시리즈에서 죽을 것이라고 예고한 인물이 누구인지, 74년 런던 자택에서 아이들 유모를 살해하고 사라져버린 루칸 공작의 행방, 미국의 세기적 마술사 해리 블랙스턴 주니어가 77년 펼쳐보인 '떠다니는 전구 마술' 등을 현대의 미스터리로 꼽았다.

그러나 독자들은 BBC의 선정 기준에 댓글로 항의했다. 그보다는 러시아 왕가에서 살아남은 사람은 누구인지, 아나스타샤 공주가 살아 남았다는 지가 미스터리라는 주장이 나왔다. 또 1917년 포르투갈의 파티마 성모 예언의 세 번째 계시가 교황 암살시도라고 2000년에 교황청이 발표했는데 진짜 세 번째 예언은 따로 있는 게 아닌지, 나치의 부총통이었던 루돌프 헤스가 영국과 협상하라는 히틀러의 임무를 받고 스코틀랜드에 불시착했는지 망명한 것인지 등도 포함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홍석우 기자 musehong@hk.co.kr

■‘딥 스로트’가 남긴 것

‘딥 스로트’가 던져 준 교훈은 무엇일까. 워싱턴 포스트는 미국 언론의 주요 기사 및 논평을 2일자에 실었다. 특히 이들은 2003년부터 ‘테러 척결’이라는 명분으로 이라크 전쟁을 치르고 있는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을 직접 거론하며 신랄한 비판을 쏟아 부었다.

뉴욕에서 발행되는 일간지 ‘뉴스데이’는 “테러 전쟁을 하는 동안 부시 행정부의 비밀이 꾸준히 늘고 있다”며 “부시는 익명으로 처리하는 기자들의 관습에 험담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신문은 “익명의 보도는 대중들에게 진실을 밝힐 수 있는 효과적인 수단”이라며 “전세계에서 가장 영향력이 있는 보스(부시 대통령)는 절대 잘못을 저지르지 않고 있다는 확신을 심어주기 위해 모든 일들을 다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네소타 지역신문 ‘세인트폴 파이어니어 프레스’도 “국제앰네스티(AI)가 ‘세계인들은 미국을 미워한다’고 제시한 보고서를 무시한 부시 행정부는 ‘워터게이트 사건’의 전말이 밝혀지면서 상당히 부담스러워 했을 것”이라며 “닉슨 정부도 그 당시 반대론자들을 무조건 적으로 만들고 부정하면 비난을 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빗대어 논평했다.

오리건 주(州) 최대 신문인 ‘오리거니언’지의 데이비드 사라슨 편집장은 “우리에게 다가오는 또 다른 메시지가 있다”며 “백악관은 항상 보도되지 않을 것을 원할 때 기자들을 공격한다”고 꼬집었다.

뉴스 웹사이트 ‘아메리칸 프로스팩트’의 데이비드 시로타 기자는 “오늘날 미 언론은 끈질기게 달려 들어서 취재하는 정신을 잃고 있다”며 “ 젊은 기자들이 ‘딥 스로트’를 경험해 보지 못해 진실을 밝히는 것을 할 수 없다”고 기자 정신을 강조했다.

하지만 미국의 나이트라이더신문의 클락호이트 워싱턴 지국장은 “기자들은 이 사건 이후로 ‘딥 스로트’를 많이 이용했다”며 익명의 보도를 자제할 것을 촉구했다.

한편 당시 특종 보도한 WP의 밥 우드워드(63)와 칼 번스타인(61) 기자가 사건 뒷얘기를 쓴 책 ‘대통령의 사람들(All the President’sㆍ1974)’이 베스트 셀러로 등장했다.

‘딥 스로트’라고 고백한 펠트 전 연방수사국(FBI) 부국장이 79년 펴낸 책 ‘안에서 본 FBI의 피라미드(The FBI Pyramid From the Inside)’도 세계 최대 인터넷경매업체 e베이에서 204달러 51센트에 팔리는 등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고성호기자 sung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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