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과천 중앙공무원교육원에서 열린 ‘국가비전 당ㆍ정 워크숍’에서는 경제 양극화와 저출산ㆍ고령화 대책과 함께 최근 혼조를 보이고 있는 국정 및 정국운영 시스템에 대한 개선방안이 집중 논의됐다.
워크숍에는 열린우리당 문희상 의장 등 소속 의원, 이해찬 총리와 각 부처 장관, 청와대 김병준 정책실장과 수석비서관들이 참석했다. 여권의 중심 세력이 한 자리에 모인 셈이다.
당정 관계 신경전
지난 주 우리당의 무주 의원워크숍에서 집중 제기됐던 당정 관계 재정립에 대한 요구가 지도부의 자제 요청에도 불구하고 다시 표출됐다. 정세균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민감한 발언을 자제해 달라는 의견을 사발통문 식으로 의원들에게 전하기도 했다.
문희상 의장도 당초 “당정청 삼각편대의 중심에서 당이 국정을 주도하겠다”는 인사말을 준비했다가 ‘민생개혁을 통한 경제적 민주주의 확립’이라는 주제로 교체했다.
문 의장은 “‘모든 것은 내 탓이요’라는 반성에서 출발한 국가를 위한 헌신만이 국민을 감동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당과 정부가 머리를 맞대고 경제 양극화 등 민생대책을 논의하는 자리가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대결 장으로 변질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문 의장은 또 양극화 해소를 위한 5가지 중점 과제로 소득, 정보, 교육, 기업, 지역격차의 해소를 들었다.
그러면서도 문 의장은 “이념적 정체성 문제는 당이 양보하지 않을 것”이라며 “중산층과 서민을 위한 정당이란 당 정체성에 대한 신념에 청와대와 정부가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해찬 총리는 인사말에서 “나라를 책임지고 있기에 이상과 현실을 조화시켜야 한다”며 “유혹 못지 않게 과도한 의욕도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날 “의원들의 스펙트럼이 워낙 다양해 내가 조정해봐도 초점을 어디에 맞춰야 할지 모르겠더라”는 발언과 같은 맥락이다. 결국 당의 정책 주도 능력에 대한 회의적 시각을 표출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일부 의원 불만표출
일부 의원은 의제인 양극화 문제와 직결되는 정부의 자영업자 대책과 재래시장 활성화 대책 등에 대해 노골적인 불만을 쏟아냈다.
재경위 소속 한 초선 의원은 “도대체 이 시기에 우리가 경제부총리한테 강연 듣고 있을 때인가”라며 “양극화, 고령화 문제에 대한 인식이 없는 사람이 어디 있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자료집을 봐서 알겠지만 지금껏 얘기해온 걸 종합한 것 말고 도대체 뭐가 있느냐”며 “이 문제가 강연 듣는다고 해결된다고 생각하는지 이해를 못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386세대 초ㆍ재선 모임인 새로운 모색의 송영길 의원은 “추상적인 당정분리 원칙으로 인해 국정이 잘못되고 있는데 청와대는 재ㆍ보선 패배의 책임을 당에 넘기고 있다”고 불만을 표출했다.
한편 이날 이 총리의 ‘대통령 측근 발호 경계’ 발언을 정면으로 반박했던 염동연 상임중앙위원은 워크숍에 불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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