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마다 선호하는 주식투자법이 있기 마련이다. 대개 기본이 되는 방식은 세 가지다. 일일거래상황부터 주간, 월간, 연간 주가동향을 차트를 보고 분석해가며 ‘베팅’할 주식을 고르는 기술적 투자, 기업가치에 비해 주식이 저평가되어 있는 기업을 골라내는 가치주 투자, 성장 잠재력이 크고 따라서 향후 주가가 상승할 것으로 보는 주식을 골라내는 성장주 투자.
1930년대부터 미국 월 스트리트에서 투자자문가로 활동한 필립 피셔(98)는 주식투자 역사에 뚜렷한 족적을 남긴 사람이다. 58년 ‘위대한 기업에 투자하라’(원제 ‘Common Stocks and Uncommon Profits’)는 책을 통해 ‘성장주’라는 개념을 처음으로 제시했기 때문이다.
그는 책에서 투자 대상기업으로 꼽는 이른바 ‘위대한 기업’을 판단하는 15가지 기준을 제시한다. 최고 경영진이 장기적인 안목과 진실성을 갖고 있는가, 시장 잠재력을 가진 제품이나 서비스가 있는가, 평균 이상의 연구개발 역량을 갖고 있는가, 영업조직력이 든든한가, 노사관계는 원만한가 등이다.
그리고 어떤 기업이 이런 기준에 얼마나 부합하는가를 평가하기 위해 제무제표 수치가 아니라 경쟁업체와 납품업체, 고객, 전직 임직원 등을 직접 찾아다니며 사실을 수집하기를 권한다.
나아가 그는 단순히 주가가 장부가치보다 낮다거나 매출액과 순이익이 빠르게 늘어난다고 투자를 서둘러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는 것도 위험하지만 너무 나눠 담는 것도 관리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멀리 하라거나, 전쟁이 일어날 것을 너무 겁내지 말라든가, 남을 따라 투자하지 말라는 조언도 아끼지 않는다.
그래서 그의 투자는 장기 투자가 기본이다. 지금은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한 반도체 회사 텍사스 인스트루먼츠와 모토로라(사진)를 막 트랜지스터가 생산되기 시작한 1950년대에 주목한 것도 그다. 그리고 그는 이 두 회사의 주식을 놀랍게도 20년 이상 보유했다.
1958년 미국서 초판이 출간된 뒤 주식 투자서로는 처음으로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올랐으며, 지금도 주식 투자의 고전으로 스탠포드대 비즈니스 스쿨 등 미국 여러 대학의 경영학석사 과정에서 투자론 교과서로 쓰고 있다고 한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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