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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원의 길 위의 이야기] 어린 날 할아버지와 겸상을 하며 배운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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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원의 길 위의 이야기] 어린 날 할아버지와 겸상을 하며 배운 것

입력
2005.06.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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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 할아버지는 상을 따로 받으셨는데 꼭 손주와 겸상을 하셨다. 처음에 큰형, 그 다음엔 둘째, 그 다음엔 나, 막내도 초등학교에 들어간 다음 할아버지와 겸상을 했다.

그러면 그 전에 어머니가 먼저 우리를 불러 교육을 시키셨다. 할아버지보다 먼저 수저를 들어도 안 되고, 먼저 놓아도 안 되고, 할아버지가 식사를 하는 속도에 맞추어 함께 식사를 해야 한다.

어느 반찬은 할아버지께서 좋아하시는 거니까 네가 너무 젓가락을 많이 가져가서도 안 되고, 그렇다고 아예 안 가져가도 안 되고. 그건 함께 식사를 하는 할아버지를 불편하게 하는 일이니까.

할아버지가 물을 드시고 싶어 하시면 얼른 숟가락을 놓고 두 손으로 물그릇을 들어 할아버지께 드리고. 할아버지께서 무얼 물으시면 손을 올려 입 안의 음식을 얼른 넘긴 다음 물으신 말씀에 대답하고. 할아버지가 정정하시고 건강하셔도 어린 손주들이 할아버지와 함께 겸상을 하며 할아버지의 식사 시중을 들었다.

또 어떤 반찬은 귀해서 할아버지 상에만 올라오는 거니까 그걸 또 잘 남겨 다른 밥상에 앉은 형제들도 맛볼 수 있게 하고. 아마 그러면서 우리는 형제간의 우애도 함께 배웠는지 모른다.

소설가 이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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