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김수영(金洙暎ㆍ1921~1968)의 스산한 내면을 새삼 느끼게 하는 시 한편이 발굴됐다.
계간 ‘서정시학’ 여름호는 김수영 시인이 29살 되던 해인 1950년 2월, 당시 내무부 치안국이 발행한 잡지 ‘민주경찰’ 21호에 발표한 시 ‘음악’을 발굴, 게재한다. 한국전쟁 발표된 시인의 시는 ‘민음사’가 2001년 개정판을 낸 ‘김수영 전집’에 따를 경우 ‘묘정의 노래’ 등 9편만 전해져 왔다.
시 ‘음악’은 19행 단연시로 시인의 초기 시 형식과 관념적 형이상학적 시풍을 전형적으로 보여준다. “音樂은 흐르는대로 내버려두자/ 저무는 해와 같이/ 나의 앞에는 灰色이 뭉치고/ 凝結되고…” 시가 담고 있는 세계는 스산하고 우울하다. 그 잿빛 공간의 시인에게 음악은 위안이자 유일한 출구였던가 보다. “…나의 音樂이여/ 지금 다시 저- 기로 흘러라/ 몸은 언제나 하나이였다”
시를 발굴한 평론가 방민호(서울대 국문) 교수는 “시가 쓰여졌을 전쟁 직전은 우리 사회의 분단과 이념의 고착화가 진행되던 시기였고, 그 속에서 시인의 현실에 대한 관심과 존재론적 고민은 폐색 국면이었던 것 같다”며 “당시의 시인에게 언어로 조형되지 않은 예술의 세계인 음악은 자신의 신념과 이상이 기댈 수 있는 대안이었던 듯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 같은 정황에 비춰 시인의 현실에 대한 관심은 초기부터 그의 시에 내재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 音樂
*원문 표기에 따름
音樂은 흐르는대로 내버려두자
저무는 해와 같이
나의 앞에는 灰色이 뭉치고
凝結되고
또 주먹을 쥐어도 모자라는
이날 또 어느날에
나는 춤을 추고 있엇나보다
불이 생기어도
어제ㅅ날의 歡喜에는 이기지 못할 것
누구에게 할 말이 꼭 있어야 하여도
움지기는 마음에
刑罰은 없어저라
音樂은 아주 險하게
흐르는 구나
가슴과 가슴이 부디치여도
소리는 나지안을것이다
단단한 가슴에 音樂이 흐른다
단단한 가슴에서 가슴으로
다리도 없이
집도 없이
가느다란 곳에는 가시가 있고
살찐 곳에는 물이 고이는 것이다
나의 音樂이여
지금 다시 저-기로 흘러라
뭄은 언제나 하나이 였다
물은 나의 얼골을 비추어주었다
누구의 音樂이 悽慘스러운지 모르지만
나의 서름만이 立體를 가지고
떠러져 나간다
音樂이여
최윤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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