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ㆍ태평양경제협력체(APEC) 21개 회원국 통상장관들은 3일 제주컨벤션센터에서 비농산물(공산품ㆍ수산물) 부문의 관세를 대폭 내리기로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제주선언’을 채택했다.
전세계 교역량의 46%를 차지하는 APEC 회원국들이 이 같이 합의함에 따라 12월 홍콩에서 열리는 제6차 세계무역기구(WTO) 각료회의에서 도하개발아젠다(DDA) 협상 진전에 획기적 전기가 마련될 전망이다.
DDA협상이 계획대로 진행되면 이르면 2007년 하반기부터 전세계 148개국의 비농산물 관세가 대폭 인하돼 한국의 공산품 수출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평가된다.
회원국들은 공산품 분야에 취약한 개발도상국들이 반대해온 ‘관세 대폭완화 방안’(일명 스위스 포뮬러)을 역내 교역에 적용하기로 전격 합의했다.
스위스 포뮬러란 실질 부과 관세가 높은 국가일수록 관세 인하폭을 크게 하는 방식이다. 현재 WTO는 비농산물 분야에서 관세 상한폭 만을 제한하고 있는데, 대다수 개도국들의 양허 관세율은 최고 20~30%대에 달하는 반면 실질 적용 관세는 10%대이다.
이번 회의에서 한ㆍ미ㆍ일ㆍ홍콩ㆍ싱가포르 등은 “양허 관세율 인하로는 실효 관세를 낮출 수 없다”고 주장했고,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개도국들이 이를 받아들여 합의가 이뤄졌다. 한국측 관계자는 “스위스 포뮬러가 적용되면 역내 비농업부문 관세는 10% 미만으로 대폭 낮아지게 된다”고 말했다.
이번 APEC 통상장관회의 의장을 맡은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은 “제주 성명 채택에 따라 2003년 칸쿤회의 합의 실패 후 교착상태에 빠진 DDA협상 진전에 중요한 계기가 마련됐다”고 평가했다.
서귀포=정영오 기자 young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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