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도 이제는 낯선 풍광 보는 것만으로 가슴 뿌듯할 시절은 지난 것 같다. 불교나 기독교의 성지를 찾아 나서는 순례는 대표적으로 주제가 있는 여행이다. 한일 관계사의 흔적을 찾아 일본 여러 도시를 찾아 나설 수도 있다. 유럽이라면 아무래도 예술 기행이다.
‘어느 미술사가의 낭만적인 유럽문화 기행’(정석범 지음ㆍ루비박스 발행)은 유럽의 대표적인 문화 도시 6곳을 주제를 정해 돌아보고 쓴 감상을 모은 책이다.
책 속에서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은 ‘무한한 자유의 해방구’가 되고, 이탈리아 베네치아는 ‘물 위의 거대한 오페라’라 독해된다. 반르네상스 움직임의 진원이었던 피렌체는 ‘르네상스의 심장이 잠시 멈춘’ 곳이다.
파리는 외형적인 화려함과는 정반대로 ‘소외된 자들이 도시’이며, 그저 낭만에 머무른 것이 아니라 거기서 두 걸음쯤 더 나아간 런던의 문화는 바로 ‘판타지’이다.
저자는 파리에서 미술사학을 전공한 예술학도이지만 이 책에 미술 이야기만 있는 건 아니다. 7세기 스페인의 심장부였던 톨레도 방문기에서는 라벨의 ‘볼레로’와 기타 이야기가 빠지지 않았고, 암스테르담에서는 홍등가, 런던에서는 비틀스 이야기가 등장한다. 그가 다닌 거리 풍경과 건물 사진, 도판들이 선명해 책을 넘기는 것만으로도 반쯤 여행 기분 낼만하다.
김범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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