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 의혹, 4ㆍ30 재보선 패배, 행담도 개발 의혹, 여당의 지지율 하락 등 온갖 악재들이 얽히면서 여당ㆍ정부ㆍ청와대 간의 혼선과 갈등이 더욱 노골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일각에서는 “임기 말을 연상시킨다”는 걱정까지 나온다.
열린우리당 문희상 의장은 3일 “중산층과 서민을 위한 정체성의 측면에서 청와대와 정부는 당을 못 따라오니 기회가 있을 때마다 정부를 혼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해찬 총리는 2일 “우리당 의원들의 개성이 강해 당정간 입장 조율에 어려움이 있다”며 여당에 책임을 돌렸다.
▲ 구심력 상실한 여당
이런 혼선의 근본 원인은 구심력이 없다는 데 있다. “콩가루 집안 같다”는 얘기도 나온다. 열린우리당은 절반 가까운 의석을 갖고 있지만 이념ㆍ계파 논쟁으로 힘의 손실이 많다. 이 때문에 예측 가능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우리당은 5월초 과거사법 찬성 당론을 정했으나 실제 국회 표결에선 반대(51명)와 기권(12명)이 찬성(59명) 보다 4표나 더 많았다. 구심력 상실, 책임 의식 부족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대목이었다. 그 원인으로는 리더십 부재, 선민의식이 강한 초선 의원들이 너무 많다는 점 등이 거론된다.
전체 의원(146명) 가운데 초선(103명)이 70% 가량 되고, 이들 대부분이 지극히 개인주의적이어서 당내 질서가 잡히지 않는다는 얘기도 있다.
▲ 당ㆍ정ㆍ청 갈등
여당의 의견이 엇갈리니 당정 협의를 해도 정책의 가닥을 잡기가 쉽지 않다. 정부를 끌고 가기도 어렵다. 대신 당이 대안 없이 정부 정책들을 비판하고 정부가 이에 탐탁치 않은 반응을 보이는 경우가 허다하다.
우리당은 최근 정부가 발표한 부동산 양도세 실거래가 과세, 재래시장 및 자영업자 대책 등이 서민 현실을 무시한 정책이라고 비난했다. 또 최근 당 워크숍에서 ‘당정 분리 원칙’의 변경과 청와대와 정부의 인적쇄신을 요구했다.
청와대가 권진호 국가안보보좌관을 새 국정원장으로 내정한 데 대해 여당 일부 의원들이 제동을 건 것도 당ㆍ청 갈등의 사례이다.
▲ 청와대의 기계적 당정분리
당ㆍ정 갈등이 고조되는데도 청와대는 조정에 적극 나서지 않고 당정 분리만을 거듭 외치고 있다. 제왕적 대통령의 폐해를 극복하기 위한 ‘당청(黨靑) 분리’가 너무 기계적으로 적용되고 있다.
정치학자들은 “책임 정치를 위해서는 당과 청와대, 정부의 의사소통이 충분히 이뤄지도록 대통령이 나서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갈등 조정, 위기 대응과 관련해 청와대의 컨트롤타워 역할과 정무적 판단 기능이 너무 약하다는 지적도 있다. 따라서 조속히 체제를 재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여당이 책임 의식을 갖고 의견을 모으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또 청와대는 형식에 지나치게 매달리기 보다는 유연성과 실용성으로 ‘당정 분리’를 보완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김광덕기자 kdkim@hk.co.kr
정녹용기자 ltre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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