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레이더에 잡히지 않은 스텔스기 개발에 착수한 것은 1974년이었다. 월남전과 시나이 전투에서 지대공 미사일(SAM)에 의한 항공기 손실이 컸던 것이 계기였다.
미 국방성은 ‘Have Blue’라는 극비 과제로 스텔스기술 연구에 들어갔고 1981년 이 기술을 적용한 록히드사의 F-117 전폭기 최초 비행이 실시됐다. F-117은 1988년 미국의 파나마 침공 때 처음 실전에 투입됐지만 그 후도 비밀에 싸여 있다가 1990년에야 세상에 알려지게 됐다.
△ 2003년 이라크 전쟁 등에서 위력을 과시한 F-117은 개전 초기 적지의 심장부에 침투, 지휘부나 통신시설을 타격하며 1야드(91.5㎝) 이내의 정밀공습 능력을 자랑한다.
미국은 F-117에 이어 장거리 폭격기인 B-2를 개발해 실전에 배치했고 F-22, F-35 등 한층 성능이 향상된 차세대 스텔스기를 개발하고 있다. 스텔스 기술의 비밀은 레이더파를 흡수하는 도료와 레이더파를 분산시키는 디자인, 그리고 적외선 탐지를 피하기 위한 저열처리 등에 있다.
△ 스텔스기가 레이더에 전혀 안 잡히는 것은 아니다. 비록 적은 양이나마 레이더파가 반사돼 오면서 레이더에 흔적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다만 그 크기가 새와 같아서 구별이 어려워 통상 잡음으로 처리된다고 한다. 하지만 스텔스기에도 아킬레스 건이 있다.
폭격을 하기 위해 폭탄창을 여는 순간 적외선 레이더에 노출되는 것이다. 1999년 코소보 공습 때 F-117 1대가 세르비아군의 대공포에 격추돼 망신을 샀는데 바로 이 약점 때문이었다고 한다. 상대적으로 느려서 야간 공습에만 동원된다는 제약도 있다.
△ 미군이 F-117기 15대를 남한에 배치해 북한을 잔뜩 긴장시키고 있다. 미 공군이 보유한 55대 중 30%에 이르는 규모니 북한이 놀랄 만도 하다. 한미연합사측은 F-117의 한국 배치는 이번이 4번째로 연례적 차원이라고 밝히고 있으나 북한을 압박하려는 의도가 분명해 보인다.
북한은 코소보 공습 때 격추된 F-117의 잔해를 입수해 연구하고 있다는 보도도 있었지만 북한의 취약한 대공망이 그런 능력을 갖출 것 같지는 않다. 여하간 F-117가 북한 땅을 향해 발진하는 사태가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다.
이계성 논설위원 wk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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