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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의혹 수사 중간발표/ 許씨에 떠넘겨 미완의 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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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의혹 수사 중간발표/ 許씨에 떠넘겨 미완의 수사

입력
2005.06.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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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 전문가 허문석 코리아크루드오일(KCO) 대표의 해외도피로 검찰은 결국 철도청(현 철도공사)의 러시아 유전개발 의혹 사건에 마침표를 찍지 못했다. 때문에 이날 발표문에는 ‘중간 수사결과’라는 어색한 제목이 붙었다.

허씨는 이광재 의원의 에너지 정책분야 자문위원으로 활동한 인물이고, 이 의원은 정책자료집에서 허씨를 ‘고마운 분들’로 명시했다. 검찰이 포착한 허씨의 행적은 전방위에 걸쳐 있고, 각각의 사실관계를 확정하는데 결정적이다.

우선 열린우리당 이광재 의원이 철도공사에 노무현 대통령의 러시아 방문일정을 사전에 넘겨줬는지에 관한 부분이다. 이 의원측은 “허씨가 찾아와 대통령의 방러 일정을 요청했으나 거부했다”고 진술한 바 있다.

그러나 왕영용 전 철도공사 사업개발본부장은 “방러 공식발표(2004. 9.7) 전인 8월 경 허씨가 이 의원측을 통해 방러 일정을 구해다 줬다”고 진술했다. 검찰이 확인한 철도공사 업무일지에도 공식발표 전에 방러 일정이 기재돼 있었다.

검찰은 허씨를 조사하지 못해 이 의원측이 대통령의 방러 일정을 빼내 허씨에게 건넸는지 ‘단정할 수 없다’고 발표했다.

왕씨는 검찰에서 “허씨로부터 ‘이 의원이 사안별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업무를 맡아 유전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는 말을 들었다”고 진술했지만, 이 부분도 허씨 조사 없이는 진위를 확인할 방법이 없다.

허씨의 친구인 이기명 전 노무현 대통령 후원회장의 개입여부도 마찬가지다. 통화내역 조회가 가능한 지난 6개월 동안 허씨는 이씨와 73차례 통화했고 감사원 조사기간에 7차례, 허씨가 인도네시아로 도피한 다음에도 1~2차례 통화한 사실이 확인됐다. 이씨는 통화내용이 유전사업과 관련이 없었고, 도피 후에는 “빨리 들어오라”고 종용하는 것이었다고 밝혔지만, 사실 여부를 확인할 수가 없다.

검찰은 전대월 KCO 전 대표가 이 의원의 소개로 허씨를 만날 때 이 의원 수행비서의 자동차를 타고 이기명씨 사무실로 가서 만난 것으로 파악했지만, 이씨는 이를 부인하고 있다.

왕씨는 허씨로부터 전해들은 얘기라며 허씨가 우리은행, 재정경제부, 산업자원부 등에 다양한 형태의 업무협조 및 압력을 넣었다고 진술했다.

우리은행 부행장에게 전화를 했고, 이헌재 경제부총리를 통해 재경부에 협조요청을 했으며, 산자부가 사업계획 신고서를 바로 받아주도록 외압을 넣은 것도 허씨라는 것이다. 이 또한 허씨를 조사해야만 가려질 수 있는 의혹이다.

인터폴에 적색 수배된 허씨는 체포되더라도 미국 국적자이기 때문에 한국으로 들어오기까지는 여러 과정이 필요하다. 야3당은 검찰의 수사 부실을 질타하며 특검 도입을 주장하고 있지만, 허씨가 없는 상황에서 특검이 수사를 하더라도 얼마나 새로운 결과를 얻을 수 있을지 미지수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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