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생계형 건강보험료 연체자를 지원하기 위한 ‘땜질’ 대책을 내놓아 ‘도덕적 해이’를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있다. 이들에 대한 지원으로 성실한 건보료 납부자 등에게 그 피해가 고스란히 돌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는 2일 생계가 어려워 건강보험료를 3개월 이상 내지 못한 85만 가구에 대해 체납 건보료를 면제해 주기로 했다고 밝혔다. 생계형 금융채무 불이행자나 부도 도산 파산 화재 등의 사유로 보험료를 내지 못하는 가구에는 보험료 징수를 최장 2년까지 유예하되 보험 혜택을 주기로 했다. 또 저소득층 일부에 대해 보험료를 연체하더라도 가산금을 내지 않아도 되도록 했다.
이에 따라 올 4월 말을 기준으로 ▦전세가(월세인 경우 전세로 환산) 농어촌 2,900만원, 중소도시 3,100만원, 대도시 3,800만원 이하 ▦연간 과세소득 100만원 이하 ▦과표재산 기준 농어촌 580만원, 중소도시 620만원, 대도시 760만원 이하 ▦재산가치 없는 자동차 1대 소지 등에 해당하는 생계형 가구 중 체납자 85만 가구는 미납 보험료를 면제 받게 된다.
건강보험공단 관계자는 “1990년대 초 의료보험이 필요한 400만명의 저소득층 가운데 150만명을 국고지원 의료급여자 대상자로 포함시키고, 나머지는 건강보험가입자로 편입시켰다”면서 “당시 건보가입자로 편입된 사람들이 결국 지금과 같이 보험료를 탕감해줘야 할 의료 사각지대에 놓이게 됐다”고 설명했다.
송재성 복지부 차관은 “경기불황으로 보험료를 낼 수 없는 사람이 늘어난 데 따른 불가피한 조치”라며 “도덕적 해이가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정부가 올해 3월 생계형 신용불량자 40만명에 대해 원금상환 유예와 이자면제 등 혜택을 부여하는 지원책을 발표했을 때도 논란이 일었다. 이 지원책에 따라 기초생활보장수급자 중 신불자인 15만5,000명과 청년층 신불자 6만8,000여명, 신불자 중 영세자영업자 15만3,000여명에 대한 원금상환 유예 또는 원금 장기 분할 상환, 이자 면제 등 혜택이 이미 시행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각종 연체자와 신불자를 지원해야 한다는 대원칙에는 공감한다”며 “그러나 실효성이 검증되지 않은 각종 지원책 남발은‘도덕적 해이’를 부추길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권대익 기자 dkwon@hk.co.kr
박진석기자 jse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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