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여권의 현안으로 떠오른 당정관계를 놓고 정부와 열린우리당이 2일 ‘네 탓’ 공방을 벌이며 각종 현안에 대해서도 이견을 드러냈다. 6월 임시국회 대책을 논의하기 위해 국회에서 열린 고위 당정협의회에서였다.
먼저 포문을 연 쪽은 여당이었다. 문희상 의장은 이해찬 총리 등 정부측 일부 참석자들의 노타이 차림을 빗대 “무장해제하고 온 것 같은데 우리는 단단히 무장하고 나왔다”고 말문을 연 뒤 “당정협의가 잘되고 있다는 총리의 발언은 양적인 측면을 얘기한 듯하지만 문제는 내용”이라고 말했다.
지역건강보험 국고지원 삭감과 부동산양도세 실거래가 과세, 자영업자 및 재래시장 대책 등 정부의 최근 정책을 열거한 문 의장은 “당의 목소리가 충분히 전달되지 않아 유감이며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도 부족하다”고 질타했다.
그는 이어 “국민생활에 부담이 되거나 중산층ㆍ서민의 삶의 질에 직결되는 정책의 경우 당이 사전에 검증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세균 원내대표도 “정책 발표 전에 당정이 충분히 조율해 혼란을 막자는 게 소속 의원들의 가장 큰 지적사항”이라며 “정부가 문제 있는 정책을 발표하면 국민은 당에도 문제를 제기한다”며 자영업자 및 재래시장 대책을 예로 들었다.
그러나 이 총리의 반응은 싸늘했다. 이 총리는 “(당정협의가) 예전에 비해 3배 정도로 늘었고 내용도 충실하다”고 전혀 다른 평가를 내린 뒤 정책혼선의 원인은 당에 있다고 못박았다. 그는 “우리당 의원들의 스펙트럼이 워낙 다양해 내가 조정해봐도 초점을 어디에 맞춰야 할 지 모르겠더라”고 했다.
“당 정조위나 상임위에서 구심점을 잡아달라”고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 총리는 나아가 “국민연금법, 공직자부패수사처 설치법 등이 4월 국회에서 처리됐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며 간접적으로 당의 책임론을 거론했다.
당정협의가 끝난 뒤 전병헌 대변인은 “이 총리가 당의 불만을 충분히 수용키로 했다”고 설명했지만 갈등은 계속될 전망이다. 이목희 제5정조위원장이 별도 회견을 자청해 응급의료기금을 폐지키로 한 정부 방침을 비난했고, 한 중진의원은 재래시장 대책에 대해 “탁상행정으로 민심을 내치고 있다.
상인들에게 백화점 매장이라도 내주겠다는 거냐”고 불만을 터뜨렸다. 당내에는 3일로 예정된 당정청 워크숍을 앞두고 “청와대와 정부가 정신 못 차리고 있는데 워크숍만 하면 뭐 하느냐”는 회의론까지 제기되고 있다.
양정대 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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