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뒤통수 때리기로 인해 정부가 진퇴양난에 빠졌다. 북측이 1일 일방적으로 6ㆍ15 평양 통일대축전 남측 대표단 파견 규모 축소를 통보했지만 정부는 이를 수용할 수도, 거부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요구를 수용하면 북측의 비료 챙기기라는 ‘먹튀 전술’에 당했다는 비판이 나올 수 있고, 요구를 거부하면 논란이 커져 모처럼 되살린 남북대화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을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정부는 일단 정부 대표단과 민간 대표단 축소통보에 분리대응 전략을 택했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2일 국회 고위당정협의에서 “(정부 대표단의 경우) 숫자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며 “그러나 남북간 민간부문 합의는 존중 받아야 하고 약속 이행을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 대표단의 경우 기존 합의됐던 70명 파견 대신 북측의 통보대로 30명만 갈 수도 있지만, 민간 대표단 615명을 190명으로 축소하는 데는 동의할 수 없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정부의 이런 방침이 효과를 볼 지는 미지수다. 4일 평양을 방문하는 남측 민간 준비위 백낙청 상임대표 등이 “원래 합의했던 대로 행사를 치르자”며 북측을 설득할 계획이지만 쉽지는 않아 보인다. 민간 준비위 일각에서는 “정부 대표단이 끼어 드는 바람에 민간 6ㆍ15 행사마저 꼬이는 것 아니냐”는 볼 멘 소리도 나온다.
이 와중에 가장 피해를 본 사람은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다.
70명의 정부 대표단을 이끌고 화려한 평양 행을 계획했던 정 장관이기 때문이다. 정 장관은 “(북측의) 남북 공동기념행사 추진에 대한 성의와 진정성은 변함 없어 보인다”고 했지만, 북측의 행태에 대한 실망감은 적지 않은 듯 하다. 그래서 정부 안팎에서는 “북측이 너무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높다.
정상원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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