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소재 청소용품, 초경량 운동복 등을 위한 기능성 섬유를 주로 만드는 국내 중소기업 E사는 지난해 예상치 못한 어려움을 겪었다.
유럽 수출물량과 거래업체가 늘면서 “제품의 무해성을 입증하는 자료를 내놓으라”는 현지 수입상들이 덩달아 늘었던 것. 섬유는 몸에 직접 닿는 제품이기 때문에 각국의 환경 규제가 강화되고 있고, 소비자들도 확실히 안전하다고 검증된 제품을 주로 구입한다는 게 이들 수입상의 주장이었다.
유럽 수출이 전체 매출의 50%를 차지하는 이 업체는 결국 지난해 독일의 환경 라벨 ‘DIN’에 대한 인증 시험을 대행하는 한국생산기술연구원에 인증 신청을 냈다. 업체 관계자는 “올해 3월 환경 라벨을 받은 후 현지 수입상들의 요구가 잠잠해져 수출이 훨씬 쉬워졌다”고 밝혔다.
‘지속 가능한 발전’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유럽을 중심으로 환경 라벨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고 있으나 우리나라 기업의 인식은 아직 크게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환경 라벨이란 제품이 ‘제조 과정에서 환경을 해치지 않았음’ ‘사람에게 유해한 물질이 없음’과 같이 환경에 관한 안전성을 증명하는 인증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무역투자정책실 윤창인 연구위원이 2일 발표한 ‘유럽 지역의 주요 환경라벨이 무역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업체의 42%가 “환경 라벨 자체를 모른다”고 답했다.
연간 2만 달러 이상 수출업체 105개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 업체 중 약 93%가 “환경 라벨이 수출이 미치는 영향이 없다”고 밝혀 우리 업체들의 인식이 얼마나 부족한지 단적으로 보여주었다.
윤 연구위원은 보고서에서 “우리나라의 대 유럽 수출은 약 378억3,000만 달러로 전체 14.9%를 차지하며 중국과 미국에 이어 3위를 기록하고 있다”면서 “이 같은 수출 규모에 비해 우리나라 업체의 환경 라벨에 대한 인지도는 매우 낮은 편”이라고 밝혔다.
유럽 국가에서 가장 광범위하게 쓰이는 이른바 ‘3대 환경 라벨’은 ‘유럽연합(EU) 플라워(flowerㆍ꽃)’라고도 불리는 ‘에코라벨’과 독일의 ‘블루엔젤’, 북유럽 5개국의 ‘노르딕 스완’ 등이다.
이 중 규모가 가장 커 호텔 텔레비전 조명 복사용지 등 23개 품목을 어우르는 ‘EU 플라워’를 받은 국내 업체는 LG전자(냉장고 부문) 한 곳 뿐이다. ‘블루엔젤’과 ‘노르딕 스완’을 받은 업체도 LG전자 모니터, 금호타이어, 한국타이어 등 손으로 꼽을 정도다.
유럽 지역 인증을 대행하고 있는 한국생산기술연구원 관계자는 “최근 중국에서 수입한 원재료를 쓰는 국내 업체가 많아지면서 환경 유해물질 때문에 유럽에서 반품되는 제품의 물량이 늘고 있다”면서 “유럽 국가들의 기준이 점점 까다로워지고 있는 만큼 이 지역 수출량이 많은 업체는 인증을 받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업체의 노력과 아울러 국가에서는 유럽 국가들의 환경 인증 제도가 또 다른 무역 장벽으로 떠오르지 않도록 주의해서 살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신영 기자 ddalg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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