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유럽을 만들어 자유시장주의와 국민복지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유럽연합(EU)의 장밋빛 꿈은 사라지고 마는가.
프랑스에 이어 1일 네덜란드도 국민투표에서 62.8%의 투표율에 61.6% 반대로 EU헌법을 거부함에 따라 EU가 추구하는 유럽식 모델의 미래에 대한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프랑스, 독일을 중심으로 강력한 시장개혁을 해야 한다는 의견과 지금처럼 시장개혁만 해서는 일자리도 잃고 사회는 불안해 질 것이라는 의견이 맞서는 ‘시장이냐, 복지냐’의 이념 논쟁이 다시 불붙었다.
논쟁의 뿌리는 2000년 25개 EU회원국이 만들었던 리스본 아젠다. 2010년까지 완전 경쟁을 지향하는 역동적인 경제를 만들어내는 동시에 높은 수준의 사회복지와 환경보호도 지키겠다는 야심찬 계획이었다.
‘사회 시장 모델’로 불리는 이 계획은 시장 원리보다 복지를 강조했던 전통적 유럽식 모델로는 신자유주의를 앞세운 미국식 경제에 압도당할 것이라는 위기감에서 나온 대안이다. 유럽 국가들은 이를위해 단일 통화 유로화와 EU헌법을 추진하고 시장을 키우기 위해 EU의 범위를 동유럽까지 넓히려고 애썼다.
이상은 컸지만 결과는 아직 신통치 않다. 핀란드 스웨덴 덴마크 노르웨이 등은 두 마리 토끼를 잡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독일 프랑스 등 대부분 나라는 실업률이 사상 최고를 기록하는 등 경제가 최악으로 치달았다. EU헌법의 잇단 부결도 해결책은 아니어서 유로화 가치는 1일 현재 1유로당 1.22달러로 떨어졌다.
이런 경제 상황에 대한 분석도 대립한다. 리스본 아젠다의 공동 창안자인 안 메틀러는 “아직도 경직된 노동 시장, 높은 세금, 지나친 복지 비용 등 시장을 압박하는 요소가 많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유럽 노동조합 사무총장 레나 안드레는 “기업에 비해 노동자, 농민에게만 너무 부담을 주는 것이 문제”라고 반박한다.
독일의 여론조사 분석가인 스테파니 월은 “다수 국민은 시장 원리를 좀 더 적극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막상 그 영향이 자신에게 온다면 반대하고 나선다”고 분석했다. EU헌법을 반대한 프랑스, 네덜란드 국민도 동유럽의 값싼 노동력이 결국 자신의 일자리를 앗아갈 지 모른다는 점을 걱정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념 논쟁 대신 차분히 현실적인 답을 찾는 데 힘을 쏟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월은 “패러다임의 격변기인 지금 이념 논쟁만 벌이다가는 유럽의 경제 상황은 더 나빠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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