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양국 해경의 해상 대치라는 초유의 사태를 낳은 신풍호 사건은 한일 어업 단속의 형사관할권에 대해 중요한 선례를 남겼다. 한일 양국은 신풍호에 대한 형사관할권을 서로 주장했지만 결국 한발씩 양보하면서 절충했다.
먼저 한국 해경은 대치 현장이 한국의 배타적 경제수역(EEZ)에 속해 있어 신풍호 선박과 선원들에 대한 형사관할권을 갖고 있다고 주장했고, 결국 관철시켰다. 한국 사법당국이 신풍호의 일본 EEZ 침범과 불법조업 여부 등을 조사해 법에 따라 처리한다는 양국 합의사항이 이를 증명한다.
하지만 일본이 완패한 것은 결코 아니다. 일본 해상보안청은 신풍호의 자국 EEZ 침입과 정선 명령불복, 자국 단속요원을 승선시킨 상태의 도주를 묵과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특히 일본은 신풍호의 정선명령 불응과 도주 행위는 반드시 처벌하겠다고 주장, 한국도 일정 부분 양보할 수밖에 없었다. 일본의 추적권과 정선명령 불응에 대한 처벌요구가 국제법에 근거하고 있기 때문이다.
양국간 타협의 결과로, 신풍호 선장은 검문에 불응하고 도주한 사실을 인정하는 시인서를, 신풍호 선주는 위법행위가 입증될 경우에 대비한 담보금(50만엔)을 지급한다는 보증서를 썼다. 이로 인해 일본은 선박 및 선원 신병을 확보하지 못했지만 담보금 보증서를 통해 행정 명령이나 궐석재판을 진행할 수 있는 상징적 근거를 마련, 나름대로 형사관할권을 행사했다고 평할 수 있다.
국제법적으로도 논란이 많은 형사관할권 문제를 놓고 양측이 적당히 명분을 확보하는 선에서 타협한 것이다. 그러나 이런 타협이 편의적이기 때문에 보편적인 선례로 남을지는 미지수다.
이번 사건의 여파는 한국 어선들에 대한 일본 해상보안청의 단속 강화로 이어질 전망이다. 일본 순시선이 검문과정에서 철저를 기했다면 사건 자체가 발생하지 않을 수 있었다는 점, 결과적으로 일본 해상보안청의 공권력이 훼손을 당했다는 점 등을 감안할 때 그렇다.
양측이 법적인 문제에 매달리기보다는 원만한 타협을 선택하고, 그 과정에서 신풍호 선상에서의 일본 단속요원 폭행 시비 등이 원만히 마무리된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이영섭기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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