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의 과거사 청산 기구인 국립추모연구소(IPN)는 1일 폴란드 출신의 콘라드 스타니슬라브 헤지모(69ㆍ사진) 신부가 요한 바오로 2세 전 교황의 행적을 폴란드 공산정권에 보고했다는 조사 결과를 공식 발표했다.
IPN은 이날 보고서에서 로마 도미니코수도회 소속의 헤지모 신부가 교황청에 있었던 1980년대 주 이탈리아 폴란드대사관에 근무하던 암호명 ‘피에트로’라는 스파이를 위해 일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4월 요한 바오로 2세의 선종 직후 IPN은 로마의 폴란드순례객센터 소장으로 있는 헤지모 신부의 교황 감시 전력을 일부 공개했었다.
IPN의 전범 및 공산정권 범죄 전담 검사들이 옛 폴란드 비밀경찰 문서를 토대로 작성한 70쪽 분량의 보고서에 따르면, 헤지모 신부는 75~88년 ‘헤이날’ 과 ‘도미니크’라는 암호명을 받고 79년 요한 바오로 2세의 첫 모국 방문 준비 현황 등 바티칸의 동정을 폴란드 대사관에 넘겼다.
그는 82년 폴란드 정권이 자유노조운동을 탄압하기 위해 계엄령을 선포한 직후에 요한 바오로 2세가 했던 연설의 원고도 미리 보고했다.
보고서는 “헤지모 신부가 80년대 바티칸과 폴란드교회의 내부 상황을 내무부에 제보하는 가장 귀중한 정보원이었다”며 “대가로 81~88년 코냑 등 술과 1만2,600달러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AP통신은 헤지모 신부가 “폴란드교회를 위해 작성한 보고서를 독일에 살던 폴란드인 지인에게 제공했다”면서 돈 받은 사실은 시인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그는 “지인이 스파이라는 것은 몰랐으며 순수한 행동이었다”고 해명했다.
도미니코수도회는 IPN 보고서 공개 직후 헤지모 신부를 해직하고 공개 사과했다.
문향란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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