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중기 이후 집권세력이었지만 당쟁에 매달리면서 민생을 외면하여 국가를 위기에 처하게 했던 사림파(士林派)의 모습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 중산층과 서민이 잘 사는 사회를 만들겠다는 창당정신과 초심을 되새겨야 한다.” (천정배 전 열린우리당 원내대표)
“참여정부를 아마추어 운운하는 사람들도 사림파가 번번이 좌절하고, 훈구파가 득세하는 것을 보고는 역사의 후퇴를 개탄했을 것이다. 그 시대나 지금이나 세상의 근본원리는 다르지 않은데 왜 들이대는 잣대가 다른가.” (이정우 대통령자문 정책기획위원장)
당과 청와대의 핵심 인사인 천 전 원내대표와 이 위원장이 2일 최근 여권이 처한 위기 상황을 조선시대 사림파의 부침에 빗대 간접 논쟁을 벌였다.
두 사람이 현 집권세력을 조선시대 중기에 등장한 개혁적 신진사대부 집단인 사림파로 자처한 것은 공통점이었으나 위기 타개를 위한 접근방식은 달랐다.
천 전 원내대표는 “사림파는 부패한 정치를 혁신하고 도탄에 빠진 농민경제를 살리기 위해 토지와 조세제도를 개혁하여 경제를 튼튼히 하고 농민생활을 안정시켜야 하는 책무가 있었다”며 “그러나 당초의 개혁정신을 잃어버린 채 소모적 붕당정치에 매달렸다”고 말했다.
우리당이 내부분쟁과 이합집산에 골몰했던 사림파의 실패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소모적인 실용과 개혁 논쟁으로 선거 패배, 지지율 추락 등 위기를 자초한 내부반성이기도 하다. 그는 결론을 “정치가 무능과 나태에서 깨어나 민생개혁에 집중해야 한다”는 데서 찾았다.
그러나 이 위원장은 이날 청와대 브리핑에 ‘위원회가 희망이다’라는 글을 올려 “행담도 사건을 발단으로 쏟아지는 위원회에 대한 비난은 상궤를 벗어난 광풍에 가깝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아마추어일수록 구태와 시류에 덜 물들었으니 태도가 공평무사하고, 새로운 아이디어가 풍부하다”며 “위원회 학자들은 각 분야의 최고 전문가들”이라고 옹호했다. 그는 “미운 오리새끼가 커서 오리가 될지 백조가 될지는 시간이 말해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당 안팎에서 쏟아지는 위원회의 과잉, 옥상옥(屋上屋), 무소불위, 월권 등의 비판에 반박하며 위원회에 참여하고 있는 학자들을 사림파로 빗댄 셈이다. 당 안팎의 청와대에 대한 공격이 사림파에 대한 훈구파의 공격과 같다는 것이다.
조경호 기자 sooy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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