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산 칼바위 능선에 오르면 자연스레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힌다. 여기서부터 산성 주능선까지는 오르기 힘든 지점도 있지만, 주변에 펼쳐지는 장쾌한 경관으로 인해 그 힘겨움은 어느덧 사라져버리고 만다.
며칠 전에도 짙은 꽃 향기를 맡으면서 산 능선에 올랐다가 우연히 산 친구를 만났다. “야! 만개한 꽃들 봐라, 비가 잦아 작년에는 벌꿀이 흉년이었는데 올해는 꽃이 많이 펴서 꿀을 곱배기로 먹겠어!”라고 인사했다.
그랬더니 친구는 “이 사람아, 주위를 한번 봐. 벌이 어디 있어야지”라고 답한다. 그러고 보니 아무리 주위를 둘러봐도 그 흔한 벌 한 마리가 보이지 않는다. 요즘 벌이 귀해 꽃에다 인공수정을 한다는 소식은 들었지만 실제 이 정도인 줄은 몰랐다.
‘흥부전’등 우리 고전에 항상 등장했던 오랜 벗인 제비들이 언젠가 북한산에서 사라져 버려 안타까워 한 적이 있었다. 그렇지만 벌은 개체수가 워낙 많은 데다 때로는 사람을 쏘아 다치게도 하는 지라 큰 관심을 두지 않았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등산로 옆에 벌집이 있어 다니기 위험하다며 민원이 들어오기도 했다. 그래서 벌집을 제거하다가 한두 방 벌침에 쏘이기도 했다. 그랬던 벌들이 이제는 보이지 않는다.
과음한 다음날 벌꿀을 탄 따끈한 차 한 잔을 마시며 해장을 하곤 했는데, 이렇게 자꾸 벌들이 사라지게 되면 머지않아 외국에서 수입한 벌꿀을 사먹어야 하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는 엉뚱한 생각마저 든다.
앞서 사라졌던 제비처럼, 벌들도 대기환경 오염에 매우 민감한 곤충인 것 같다. 지금까지의 환경 정책은 벌이나 제비를 포함한 생물들이 자연 그대로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보전하기보다는 경제발전 위주로 이루어져왔다. 머지않아 우리의 후손은 질 좋고 우수한 토종 벌꿀을 맛볼 수 있는 소중한 기쁨을 누리지 못할지도 모른다.
반만 년을 자랑해온 삼천리 금수강산이 환경에 대한 우리의 무관심 때문에 갈수록 훼손되고 오염되고 있다. 반면 100~200년 이후의 환경을 생각하며 계획을 세우고 미래를 준비하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고 한다. 그들의 노력이 빛을 보게 될 날은 과연 언제일까?
몇 년 전 지구촌에서 경제적으로는 빈한한 나라에 속하지만, 국민의 행복지수가 가장 높은 나라 중 한 곳이 방글라데시라는 얘기를 들었다. 벌들이 사라지고 없는 북한산에서 활짝 핀 꽃들을 바라보고 있자니 갑자기 방글라데시가 부럽게 느껴지기도 한다.
이평규 북한산사무소 정릉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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