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오후 월마트 인천점. 앞 유리창만 빼고는 온통 샴푸 ‘큐레어’ 광고가 그려진 버스 1대가 주차했다. 버스 안에선 7~8명의 주민들이 녹차를 마시며 두피진단을 기다렸다. 염증이 있는지, 피지가 많은지 등을 진단해보고 샴푸 큐레어 샘플도 받아가는 ‘체험버스’였다.
1일 서울 양재역과 남부터미널에서는 이국적인 밴이 빙그레의 프리미엄 아이스크림 ‘끌레도르’를 가득 싣고 다니며 시식행사를 펼쳤다. 빨간색과 금색 등으로 꾸며진 이 차는 국내에는 출시되지 않은 벤츠의 밴으로 빙그레가 영국에서 약 1억원을 주고 수입해왔다. 내부를 냉동고로 개조한 이 ‘끌레도르 카’는 유럽풍 분위기를 자아내 ‘프리미엄 아이스크림’의 이미지 형성에 기여하고 있다.
요즘 거리에 이 같은 ‘래핑 카(Rapping car)’가 심심찮게 눈에 띈다. 대형버스 등을 개조해 외부는 광고 페인팅으로 둘러싸고, 내부는 먹고 마시고 면도하고 게임을 즐기는 등 갖가지 체험공간으로 사용되는 차를 말한다. 최근 업체들은 이러한 버스체험 마케팅에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다.
빙그레는 끌레도르 외에 26일까지 신제품 ‘과일라떼’ 시식버스를 운행키로 했으며, 건강음료 ‘미닛메이드’도 시음과 골다공증 진단을 해주는 버스를 운행중이다. 큐레어 버스는 소비자 반응이 좋아 운행을 연장할 계획이다. 인터넷 포털 업체인 구글은 2층 버스를 개조해 지난달 말까지 축제중인 대학과 코엑스몰 등을 다니며 구글을 체험토록 하고 추첨을 통해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구글 본사 방문기회를 주는 행사를 벌였다. 질레트코리아도 브라운 액티베이터 면도기 출시 1주년 기념으로 직접 면도도 해보고 면도날과 망을 교체해주는 로드쇼 버스를 운행했다.
이 같은 ‘버스체험 마케팅’은 소비자를 적극 찾아가는 마케팅의 일환이다. 큐레어 브랜드 매니저인 LG생활건강 임혜순 대리는 “TV CF는 다수의 대중에게 브랜드 이미지는 전달할 수 있지만 경쟁 제품이 많은 생활용품 같은 경우 특정 제품을 선택하도록 하려면 생활 속으로 깊이 파고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버스는 이동성이 뛰어난 데다 이벤트를 벌일 공간까지 갖추고 있어 비용 대비 효과도 크다는 분석이다. 임 대리는 “버스를 임대하고 내부 개조공사와 외부 장식을 거쳐 한달간 운행하는데 약 3,000만원이 든다”며 “코엑스나 호텔 등을 하루만 빌려 출시행사를 열어도 2,000만원이 드는 것과 비교하면 남는 장사”라고 말했다. 버스가 장소를 옮기는 동안 자연스럽게 노출되는 광고효과도 덤으로 얻을 수 있다.
김희원기자 h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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