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유전개발 의혹사건에 이어 행담도 개발의혹을 계기로 참여정부의 국정운영 의 실상과 허상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면서 쇄신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당장의 위기를 모면할 생각에 참여정부의 각 주체들이 지금처럼 책임 전가하기에 급급해 할 게 아니라 전면적인 국정쇄신의 전환점으로 삼으라는 요구다. 작금의 총체적 국정 난맥상을 계속 방치할 경우 노무현 대통령의 조기레임덕은 물론 국가 전체가 장기 표류하는 최악의 상황을 맞을 것이라는 우려까지 나오는 형국이다.
쇄신 요구는 고영구 국정원장의 사퇴를 시작으로 코드를 앞세운 아마추어리즘 및 나눠먹기ㆍ돌려막기 인사의 중단 등 인적쇄신론에서부터 부작용이 두드러지고 있는 각종 자문위원회의 정비, 당ㆍ정ㆍ청의 유기적 공조체제의 구축 등 다양하다.
노 대통령은 집권이후 줄곧 시스템 정부를 강조해왔다. 정책입안부터 집행까지 모든 과정을 시스템에 따라 처리하겠다는 약속이었다. 과거정권의 인치가 비효율과 부패를 낳았다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서남해안 개발 계획만 해도 노 대통령은 건교부 등 공식채널을 외면한 채 비전문가인 정찬용 전 인사수석에게 맡김으로써 스스로 시스템을 부정했다. 노 대통령이 전문성이 없다고 난감해 하는 정 전 수석을 설득한 근거는 “호남 출신이니 적임자 아니냐”라는 논리였다.
시스템을 배제한 인치의 후유증은 컸다. 청와대는 물론 국정원조차 싱가포르정부의 대리인인양 행세한 행담도개발㈜ 김재복 사장에 대한 경력조회 등 최소한의 검증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오히려 정 전 수석 등은 도로공사 등 기존시스템에서 김 사장에 대한 경고신호를 보낼 때 중재자로 나서기까지 했다.
철도공사가 충분한 사전조사도 없이 당사자들의 말만 믿고 관련도 없는 유전개발을 하겠다고 나서다 거액을 날린 것도 시스템 부재의 한 단면이다. 서울대 법대 정종섭 교수는 “시스템구축을 통한 국정운영은 말뿐”이라며 “이른바 창업공신이라는 소수의 측근과 코드에 맞는 인사들이 국가를 직접 경영하겠다고 나서면서 시스템과 충돌, 관료조직은 일하는 시늉만 하는 등 국정이 춤추고 있다”고 지적했다.
인치중단과 시스템복원에 대한 주문은 코드로 뭉친 386 출신 등 측근 일색의 청와대 내 인적개편, 난립한 각종 위원회의 정비요구로 이어진다.
관료조직에 대한 참여정부의 깊은 불신이 각종 위원회의 양산을 낳았고 그 결과 일선 부처는 위원회의 집행기구로 전락, 복지부동한다는 것이다. 공기업, 산하기관 등에 논공행상 식으로 100명 가까이 내려간 낙하산 인사도 비판에서 빠지지않는다.
그러나 이정우 청와대정책기획위원장은 이날 청와대 소식지를 통해 “참여정부는 25개 부처와 12개 위원회가 종횡으로 얽힌 ‘매트릭스 정부’”라며 “아마추어일수록 구태와 시류에 덜 물들어 태도가 공평무사하고 새 아이디어가 풍부해 오히려 아마추어가 희망”이라고 옹호했다.
청와대 경제수석을 지낸 김종인 민주당 의원은 “내각은 제쳐둔 채 각종 위원회만 잔뜩 만들고 로드맵을 짠다며 벌써 2년이 흘렀다”고 일축했다.
이동국기자 east@hk.co.kr
조경호기자sooy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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