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매스미디어라는 ‘로마제국’이 붕괴하고 그 힘과 영향력이 인터넷과 블로그 등 디지털 미디어로 분산되는 봉건주의 시대가 열렸습니다. 다양한 미디어 선택권이 소비자에게 주어진 상황에서 신문이 어떻게 반드시 필요한 매체로 자리 잡을 것인지에 대해 고민해야 할 때입니다.”
뉴욕타임스 회장 아서 설즈버거 2세(54)가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세계신문협회(WAN) 제58차 총회 마지막날인 1일 스키타 료키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 회장 등과 함께 발제자로 나서 ‘미디어 전망’을 주제로 강연했다.
그는 1997년 부친에게서 경영권을 물려받은 뒤 뉴욕타임스 146년 역사상 처음으로 1면을 컬러로 제작하는 등 혁신적인 변화를 주도해오고 있다. 발표가 끝난 뒤 그를 만나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에 대한 해법과 신문산업의 방향 등을 더 들어 보았다.
_ 하루가 다르게 바뀌는 언론 환경 속에서 신문에게 가장 중요한 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오늘날 신문이 소비자를 유인할 수 있고, 차별화할 수 있는 가치는 바로 ‘신뢰성’이다. 신뢰를 확보하기 위해 우리는 정기 칼럼과 기사 내용을 모니터링하고, 취재 과정에서 동원된 통계자료와 인터뷰 전 내용을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공개하고 있다. 또 익명의 취재원을 동원한 기사를 점점 줄여가고 있다. 신뢰야 말로 우리가 그토록 추구하고자 하는 ‘고품격 저널리즘’의 본질이다.”
_ 2040년 이후에는 신문업계가 더 이상 존재할 수 없으리란 비관적 전망이 있다.
“독자들이 우리가 제공하는 신문을 원하고 또 우리가 뉴스 기관으로서 제 역할을 할 수 있는 한 신문은 앞으로도 상당히 오랫동안 우리 곁에 있을 것임을 확신한다.”
_ 신문업계가 인터넷을 통해서 과연 돈을 벌 수 있다고 보는가. 지금까지의 결과만 놓고 보면 그렇게 긍정적이지만은 않은데.
“사실 지금도 돈은 벌고 있다. 수익성도 점차 증대되고 있다. 문제는 광고 수입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수익 모델에서 소비자의 직접 지출이 함께 이루어지는 구조로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양질의 뉴스를 그렇게 오랫동안 무료로 제공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9월부터 1년에 50달러, 혹은 한 달에 5달러 정도를 지불하면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이나 메트로 등의 칼럼과 뉴욕타임스의 유료 콘텐츠 일부를 제공하는 패키지 상품을 선보일 계획이다.
_ 유럽 등에서 바람이 불고 있는 타블로이드 신문과 무가지는 현재 신문의 대안이 될 수 있는가.
“우리는 타블로이드판 발행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 무가지는 신문을 읽지 않는 계층을 껴안기 위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인 것만은 분명하다. 뉴욕타임스의 경우 독자층 평균연령이 45세로 10년간 변화가 없었다. 젊은이들이 신문을 읽지 않는 건 사실이다. 우리 그룹 내의 보스턴 글로브지도 무가지인 ‘보스턴 글로브’를 발행하고 있다.”
_ 인터넷 포탈이 중요한 뉴스 전달자로 부상하고 있는 현상은 어떻게 보는가.
“포탈을 통해서 뉴스에 접근하게 되면 이 정보가 어떤 신문이 제공하는 것인 가에는 아무 관심이 없다. 브랜드 충성도와 밀접도가 떨어진다. 우리 앞에 닥친 도전과제는 소비자를 포탈이 아닌 우리 자신의 웹 페이지로 끌어내는 것이다.”
김대성기자 lovelil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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