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최근 사의를 표명한 고영구 국정원장의 사표를 수리하기로 방침을 정한 데는 복합적 배경이 작용했다. 청와대측은 국정원장 교체 배경과 관련해 취임 2주년을 넘은 고 원장의 휴식 필요성, 국정원 과거사 규명 작업의 중간 마무리 시점 등을 거론하고 있다.
하지만 청와대가 국정원장을 바꾸기로 한 것은 행담도 개발 의혹의 파문에서 벗어나기 위한 분위기 쇄신과도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사의 표명 및 교체 방침 배경 고 원장은 국정원 과거사 진실규명위원회가 김형욱사건 조사 결과를 발표한 지난달 25일 전후에 사의를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만수 청와대 대변인은 “고 원장은 노 대통령을 직접 만나 사의를 표명했다”며 “특별히 고 원장의 몸이 아픈 것은 아니지만 오래 일했기 때문에 휴식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청와대의 다른 관계자는 “고 원장은 지난 연말에 사의를 표명했을 때 내부적으로 과거사 규명 작업이 가닥 잡힐 때까지 국정원장직을 더 수행키로 정리됐던 것”이라며 과거사 규명 중간 발표와의 관련성을 언급했다.
청와대측은 “고 원장은 국정원 개혁 작업을 궤도에 올려 놓는 일을 했다”면서 사표 수리 방침이 행담도 개발 의혹 등 국정원 직무와는 무관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하지만 국정원장 교체 방침이 흘러나온 시점을 민감하게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마침 여권 일부에서 행담도 의혹과 관련해 국정원 책임론을 제기하고 있는 시점이기 때문이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국정원이 김재복 행담도개발㈜사장의 실체와 S프로젝트의 추진 상황을 점검하는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행담도 의혹은 노 대통령의 국정원장 교체 결심을 재촉한 이유가 됐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국정원장 후임 인선 참여정부 초대 국정원장의 주요 임무가 국정원의 ‘정치 개입 차단’과 ‘탈권위화’ 등이었다면 새 국정원장의 임무는 해외ㆍ경제 정보 수집 능력 강화 및 국정원의 안정적 운영 등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국정원을 잘 알면서도 노 대통령의 국정 철학을 잘 이해하는 사람이 새 국정원장에 임명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청와대는 육군 정보사령과 국정원 1차장 등을 역임한 권진호 청와대 국가안보보좌관을 유력한 국정원장 후보자로 검토하고 있다. 권 보좌관은 16개월 동안 노 대통령을 지근 거리에서 보좌해 대통령 신임이 두터울 뿐 아니라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미국측과 조율해온 경험을 갖고 있다.
김광덕 기자 kd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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