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직업이 천태만상이지만 크게 2개의 범주에 속한다. 남에게 월급을 주는 오너냐, 월급을 받는 샐러리맨이냐 이다. 이도 저도 아닌 게 있는데, 그것은 바로 소규모 자영업자이다. 흔히 “가게를 한다”고 말하는 이들은 스스로 벌어서 자기자신에게 급여를 지급한다는 점에서 직업의 세계에서 일종의 제3섹터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소규모 자영업자는 2003년 말 현재 전체 경제활동인구(2,000만명)의 12%인 240만명이다. 식당 세탁소 개인택시 미장원 등이 거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이들은 영세한 규모나 비규격성의 측면에서 한마디로 경제사회의 민초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자영업에까지 드디어 정부가 ‘손’을 대겠다고 나섰다. “정부 수립 이래 처음으로 대통령의 지시에 의한 영세 자영업자 종합대책”이라고 정부는 강조한다.
대책은 두 갈래다. 영세업자들을 다른 업종으로 전환ㆍ전직시키거나, 경쟁력을 키워 자영업의 전체 구조를 선진국형으로 고도화하는 한편 사회적으로 부족한 일자리를 메우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노리는 것이다.
정부의 취지는 나름대로 이해된다. 우리나라의 자영업 비중은 선진국에 비해 너무 비대하기도 하려니와 그 내용에도 문제가 없지 않다. 부가가치가 낮은 업종, 특히 음식 숙박 소매 화물 택시업 등에 너무 몰려 과당경쟁 상태다. 더욱이 요즘 같은 불황에 이들은 가뭄에 마른 하늘 쳐다보는 애끓는 심정일 것이다.
영세 자영업자들이 점점 절대 빈곤층으로 가라앉게 되면 사회경제적으로도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경제선진화의 큰 걸림돌이 자영업에 있다고 정부가 주장하는 것도 그런 맥락이다.
그러나 무릇 정책이란 명분과 취지 이상으로 그것이 거둘 수율(收率)을 따져봐야 한다. 7개 부처와 기관이 나서 범정부적으로 막대한 예산과 인력을 투입하는 ‘인풋’에 비해 과연 얼마나 기대 만큼의 ‘아웃풋’을 낼지 미지수다.
이 정부 들어 대대적으로 추진한 실업과 일자리 창출 대책 같은 것은 이미 그 효과가 의심 받고 있고 많은 부작용과 문제점을 드러내 최근 감사원에게 두드려 맞기도 했다.
정부는 이번 대책에서 ‘구조조정’이라는 표현을 피했다. 물론 기업 구조조정이나 과거 업종전문화, 사업교환(빅뱅)과 같이 밀어붙이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결국 총량한도제니 전문자격증제도니 하는 것들이 말해주듯이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사실상 구조조정이라고 할 수 밖에 없다.
자영업자들은 “배짱 편하다”며 나름대로 자신의 업을 자랑한다. 직장인들처럼 번듯한 명함은 없지만 “내 인생 내가 책임지고 자유롭게 살아가는데 웬 말이냐’는 것이다.
정부가 이번에 내놓은 설문조사 결과를 보더라도 그렇다. 자영업자들은 고통스러운 적자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84%가 ‘이 길로 그냥 가겠다’고 답했다. 사업전환이나 전직을 희망하는 사람은 3%에 불과했다.
직장을 구하러 다니는 구직자에게 정부가 나서서 맞춤 일자리를 알선하고 교육을 시키는 것도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닌 판에 이미 업을 영위하고 있는 사람을 그 일에서 손떼게 하고 다른 분야로 돌리는 일은 얼마 더 어려운 일일까.
어쩌면 가장 강인하다고 할 수 있는 경제의 말초 단위를 혹시라도 구조조정하겠다는 사고의 과욕과 정책의 과잉이 또 하나의 정책실패를 빚어내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자영업을 안정시키는 근본책은 길거리로 퇴출되는 샐러리맨을 줄이고, 경제성장을 통해 파이를 키우는 것이다.
송태권 경제과학부장 songtg@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