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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블망원경 탄생 15주년/ '우주서 본 우주'를 펼쳐놓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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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블망원경 탄생 15주년/ '우주서 본 우주'를 펼쳐놓다

입력
2005.06.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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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블 우주망원경(HSTㆍHubble Space Telescope)은 땅에서만 하늘을 바라보던 인류에게 ‘우주에서 관찰한 우주의 모습’을 선물한 최초의 우주망원경이다. 올해로 탄생 15주년을 맞은 HST의 일생을 줄곧 지켜본 우주망원경의 대가 존 T 클라크(보스턴대 천문학과) 교수가 HST의 과거 현재 미래에 관한 이야기를 보내왔다./ 편집자

1990년 4월 발사된 허블 우주망원경이 얼마 전 지구 궤도 위에서 15번째 발사 기념일을 맞았다. 우주망원경의 할아버지 격인 HST는 15년의 긴 세월을 거치는 동안 건전지, 태양열 발전판, 관성 항법기 등 주요 부품이 망가져 수리를 하지 않는다면 2007~2008년께 수명이 다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에서는 현재 우주왕복선을 이용해 HST의 수명을 연장하느냐에 대한 논의가 진행 중이다.

HST는 지금까지 존재한 천문학 관측시설 중 최고로 꼽힌다. 일반인들을 놀라게 했던 매혹적인 사진들부터 다수의 과학적 발견까지, HST는 과거 인류가 관측해온 우주의 모습을 혁신적 해상도와 감도로 완전히 바꿔놓았다. 우주 저편의 은하와 우리 태양계 내부에 존재하는 목성 토성 등 행성의 대기, 그리고 발사할 때는 생각치도 못했던 94년 슈마커_레비 혜성의 목성 충돌을 실감나게 포착한 것도 HST의 업적이다.

오랜 시간 동안 망원경이 성공적으로 운영될 수 있었던 것은 설계 단계부터 이후에 있을 ‘업그레이드’를 염두에 뒀기 때문이라는 의견이 많다. HST는 우주왕복선 탑승자가 우주 공간에서 수리를 하거나 부품을 교환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HST가 처음 발사됐을 때 과학자 및 개발자들을 당혹케 했던 주반사 거울의 오류에 관한 일화는 유명하다. 발사 직후 HST는 기대했던 선명한 영상이 아닌, 초점을 벗어난 영상을 보내왔다. 조사 결과 망원경의 주 반사 거울이 다중초점을 갖도록 설계돼 난시를 가진 인간과 유사한 문제를 지닌 것으로 나타났다.

설계 단계의 사소한 오류가 원인이었던 이 심각한 문제는 우주왕복선으로 실어 나른 새로운 이미지 센서를 잘못된 센서와 교체함으로써 해결됐다. HST의 각 부위가 별도 작동하는 ‘모듈’ 형식으로 설계됐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HST는 이 같은 여러 번의 수리와 업그레이드를 통해 발사 15년이 지난 지금도 천문학의 최전방에서 임무를 다하고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얼마 전까지 HST의 미래는 그리 밝지 않았다. NASA의 국장을 지낸 션 오키프 박사는 “국제 우주정거장 건설에 드는 비용과 우주왕복선의 안전 때문에 더 이상 HST를 수리할 계획이 없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다행히 3월에 새로 임명된 마이크 그리핀 신임 NASA 국장은 다른 생각을 갖고 있는 듯하다. 그는 “향후 두 번의 우주왕복선을 발사한 후, 그 다음 발사 때쯤 HST에 대한 수리를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NASA가 천문학적인 비용 문제로 차세대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 개발에 난항을 겪고 있는 지금, HST의 수명 연장을 검토하겠다는 것은 매우 희망적이다. 결국 우주망원경 같은 비싸고 중요한 자원에는 유지와 보수가 가장 중요한 변수인 셈이다.

가시광 적외선 자외선 등을 고루 촬영하는 인류 최초의 범용 우주망원경 허블이 지구 궤도를 따라 귀중한 자료를 보내오는 동안, 세계 각국은 특수 목적 망원경을 쏘아 올려 관측을 계속하고 있다. 최근엔 허블로 관측이 불가능한 X선까지 볼 수 있는 우주망원경과 태양 관측 망원경이 활약 중이다.

그럼에도 HST의 임무는 쉽게 마무리되지 않을 것이다. 그 이유는 차세대 범용 우주망원경 제임스 웹의 발사 예정 시기가 2011년으로 잡혀 최소한 6년이 비기 때문이다. 이 망원경은 ‘차세대’라는 명칭에 걸맞게 주 반사렌즈의 직경이 6.5㎙나 되고, 렌즈를 태양으로부터 보호할 덮개만도 웬만한 테니스 경기장 크기 수준이다. HST는 주로 적외선대의 영상을 촬영할 제임스 웹에게 최고의 범용 망원경 자리를 넘겨줄 때까지 귀중한 자료를 열심히 보낼 것이다.

인류가 우주를 연구해온 수천 년 동안, 모든 우주 관측은 땅 위에서 이뤄져 왔다. HST는 이런 전통을 ‘우주에서의 관측’으로 바꾼 주인공이다. 실제로 HST 발사 이후 일궈낸 획기적인 천문학 관측은 대부분 우주망원경에 의존하고 있다. HST가 수명을 다해가고 있는 지금, 이를 대신할 새로운 관측 장비들이 인류에게 어떤 비밀을 전해줄지 지켜보는 것은 흥미진진한 일이다.

글 존 T 클라크 보스턴대 천문학과 교수ㆍ정리 및 번역 김주환 박사

■ 존 T 클라크 교수는

클라크 교수는 미국 존스홉킨스대에서 물리학 박사학위를 받은 후 1984~87년 NASA 마샬 우주센터와 고다드 센터 등에서 허블 우주망원경 계획의 핵심 구성원으로 활동했다. 이후 미시간대 연구교수를 거쳐 2001년부터 보스턴대 천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 연구분야는 가스로 이뤄진 행성의 대기이며, 네이처 등 세계적 학술지에 다수의 관련 논문을 발표했다. 김주환 박사는 연세대 토목공학과 졸업 후 미시간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98년부터 지금까지 클라크 교수와 허블을 이용한 공동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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