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기 한일 역사공동위원회가 3년 간의 활동 끝에 마련한 보고서가 국민적 실망과 분노를 부르고 있다. 양국 역사인식을 접근시키자는 공동위원회의 취지로 보아 주요 쟁점에 대한 견해차는 실망스러울 수밖에 없다.
또 2001년 ‘새로운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이 편찬한 일본 중학교용 역사교과서에 대한 한국민의 반발이 직접적 계기였다는 점에서 문제의 교과서와 별 차이가 없는 일본측 견해에 분노를 느낄 만하다.
그러나 한 발자국 물러나서 보면 그림이 전혀 달라진다. 우선 3년은 결코 긴 세월이 아니다. 가해자와 피해자가 역사인식을 공유한 모범 사례로 거론되는 독일과 폴란드의 역사공동연구는 30년이 걸렸다. 그에 비하면 한일 역사공동연구는 이제 겨우 걸음마 단계다.
또한 1기 공동위의 성과가 전혀 없었다고 할 수도 없다. 인식의 공유가 가능한 부분과 그렇지 않은 부분이 분명해진 것만 해도 출발점에서는 성과다. 얼마 전 한중일 3국 학자들이 근대사 분야 공통 부교재를 만든 것과 크게 대비되지만 차원이 다르다.
3국 공통 부교재도 의미는 있지만 뜻 맞는 사람들끼리의 작업이란 점에서 어떤 내용이 담겨도 놀랄 일이 아니었다. 이념ㆍ학문적 배경이 다양한 양국 학자들의 만남에서 그런 것을 기대할 수는 없다.
한편으로 ‘임나일본부’, 을사조약 및 한일합병조약, 식민지 조선의 근대화 문제 등 주요 쟁점에 대한 양국 시각차에 무조건 역사감정을 들이대는 태도는 지양해야 한다. 객관적 사실과 해석을 다투는 학문적 논란을, 국민감정 자극을 겨냥한 정치인의 발언과 혼동해서는 안 된다.
이제 시작이다. 곧 구성될 2기 공동위가 3기, 4기 등으로 꾸준히 이어져야 하고, 실망과 분노 대신 차분한 마음가짐과 인내심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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