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람배는 각자 제한 시간 10분에 40초 초읽기 한 개 밖에 주어지지 않는 초속기 기전이다. 이런 속기 바둑에서는 아무래도 정밀한 수읽기보다 그때그때 감각에 의존해서 착수를 결정해야 한다. 그런데 이 감각이라는 것이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평소 꾸준한 노력 속에서 서서히 무르익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오스람배는 신예 기사들의 평소 공부량을 점검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할 수 있다.
전보에서 흑이 약간 주춤했지만 그래도 다행히 103을 차지할 수 있어서 아직까지는 서로 팽팽한 형세다. 116이 좋은 감각. 중앙 흑돌의 연결 상태가 아직 완전치 않기 때문에 흑도 감히 반발하지 못하고 117로 지킬 수밖에 없다. 이때 홍성지가 무슨 수를 보았는지 대뜸 118로 껴 붙이더니 119 때 120과 121을 교환한 후 122로 댕강 끊어 버렸다. 만일 여기서 수가 난다면 물론 바둑은 끝장이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자면 132까지 진행된 백의 사석 작전은 완전 실패. 차라리 그냥 ‘참고1도’처럼 둔 것보다도 오히려 못한 결과다. 속기가 빚은 실수였다.
한데 이번에는 흑쪽에서 실수가 등장했다. 상변에서 136, 138로 나가 끊었을 때 139로 물러선 것이 너무 나약했다. 142로 흑 한점을 잡은 것이 의외로 컸다. 지금은 한 두 집이 아쉬운 미세한 국면이므로 ‘참고2도’처럼 강하게 버텨야 했다는 윤현석 8단의 지적이다.
박영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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