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신화와 ‘이지스’ 방어체계
그리스 신화에서 제우스는 신들의 신이다. 그가 사용하다가 딸 아테네에게 준 ‘이지스(Aegis)’는 염소가죽으로 만들어졌고 왼쪽 어깨와 가슴을 가리는 갑옷 비슷한 상체 가리개였다. 사람들은 전쟁의 신 아테네가 전장을 넘나들며 용명을 떨친 것이 바로 이지스 때문이라고 믿었다. 그로부터 ‘이지스’라는 말은 ‘보호’라는 뜻으로 통한다.
‘’. 현대과학의 총화라 할 수 있는 무기체계에서 신비한 신화적 힘을 기대하는 걸까?
동해에 전진배치
2004년 9월, 미국 태평양함대 산하의 7함대 전함 중 이지스함 3척이 동해에 교대로 배치된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북한은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의 해안을 봉쇄하는 것이며 우리의 영해를 미국의 통제하에 두려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동해에 배치되는 이지스 구축함의 주임무는 북한이 발사하는 탄도미사일을 초기에 탐지, 미국 알라스카와 캘리포니아에 있는 미사일 지상요격체제에 알리는 것이다. 상대방의 미사일 발사지역 부근해역까지 센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이지스함을 전진 배치하여 미사일 탐지능력을 확장하면서 미사일 방어망을 여러 겹으로 구축하는 효과도 있다.
일본은 동해에 콩고(金剛)급 이지스 구축함을 고정적으로 배치했다. 우리나라의 KDX-III 이지스 구축함까지 완성되어 배치되면 동해는 미국 일본 한국의 이지스함들로 북적댈 것이다. 한국이 미사일방어체제에 가입하는지 여부와 상관없이 미국 일본의 강력한 미사일방어체제가 동해에 전개되는 것이다. 이는 곧 북한뿐 아니라 남한의 모든 군사적 움직임이 미국 일본의 완벽한 감시체계 안에 편입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사일방어체제의 핵심 이지스체계
한ㆍ미ㆍ일 3국은 이지스 무기체계라는 공통의 기반을 확보했다. 이지스 무기체계는 미사일 방어체제의 중요한 구성요소이다. 따라서 미국이 주도하고 일본이 참여하여 구축하고 있는 미사일방어체제에 대하여 우리가 깊은 관심을 가지고 살펴봐야 할 필요하고도 충분한 이유가 있다. 일본은 패트리어트 PAC-3를 자체 생산할 예정이며, 이지스 무기체계를 탑재한 구축함 4척을 운영중이다. 4척을 추가로 확보할 계획이다. 추가분 4척중 2척의 이지스 무기체계는 이미 미국의 제작사에 발주한 상태이다. 여기에 SM-3 요격미사일을 미국으로부터 도입, 배치하는 한편 세계 최고수준의 전자 통신기술을 응용하여 이지스 탄도미사일방어 C4I체계(Command, Control, communication, Computer and Intelligence)를 발전시키고 있다.
일본의 발 빠른 움직임을 바라보면서 우리나라가 선택해야 할 최선의 방안이 무엇일까 심각한 고민에 빠지게 된다. 미국이 제공하는 무기체계를 한발 늦게 받아 들이면서 일본과 경쟁하며 따라만 갈 것인가? 결국 우리도 미사일방어체제에 편입되어야 하는가? 드러내 놓고 논의하지 못하는 뜨거운 감자이다.
이지스 무기체계에 대하여 살펴보자.
이지스 무기체계의 핵심 장비는 AN/SPY-1D로 불리는 다기능 위상배열(Phased-Array)레이더이다. 전자장 에너지 빔을 전방위(全方位)로 발사하여 동시에 수백개의 목표물을 추적한다. 넘실거리는 파도 높이에서부터 함정 바로 상공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각도 범위 안으로 접근하는 모든 목표물, 특히 대기권 밖에서 비행하는 목표물까지 탐지 추적할 수 있다. 대함 크루즈미사일, 아음속(亞音速) 또는 초음속으로 비행하는 모든 유인 항공기 등에 대응할 수 있고, 동시에 대 잠수함전 및 대 수상함전도 가능하다. 이지스 무기체계를 탑재하는 함정들은 대부분 스텔스(Stealth) 기능을 갖춘 순양함, 구축함 또는 호위함(Frigates)등이다.
이지스 탄도미사일방어체제는 해상 탄도미사일방어체제로도 불린다. 이 체제는 이지스 무기체계, 탄도미사일C4I, 스탠더드미사일(SM-3)이 통합된 체제이다. 육상의 패트리어트 PAC-3 및 공중 레이저 요격 등과 함께 탄도미사일방어체제를 구성한다.
이지스 무기체계의 위상배열 레이더는 탄도미사일이 수평선 위로 상승할 때부터 탐지 추적 할 수 있다. 일단 탄도 미사일이 포착되면 이지스 순양함이나 구축함에 장착된 MK-41 수직발사대로 SM-3 요격미사일을 발사한다. SM-3는 탄도미사일 파괴탄두를 포함한 3단계 가속추진장치(Booster)로 구성되어 있다. 가속추진에 의해 비행하는 동안 지상위치시스템(GPS: Ground Positioning System)의 보조를 받는 관성항법장치(INS: Inertial Navigation System)로 목표 탄도미사일에 요격미사일의 탄도를 맞춘다.
탄도미사일에 충분히 가까워지면 SM-3는 앞 끝 뾰족한 부분으로부터 운동탄두(KW: Kinetic Warhead)를 발사한다. 운동탄두는 발사되자마자 즉시 목표를 탐색하기 시작한다. 고해상도의 탐색장치(Seeker)를 작동하여 탄도미사일을 찾아내면 관성항법장치를 이용하여 정확하게 요격볕돋?유지한다. 목표물에 접근하면서 탄도미사일에 적재된 탄두를 식별하고 치명적인 타격이 되도록 조준 점을 다시 조정한다. 운동탄두가 탄도미사일의 탄두를 타격하면서 발생한 운동에너지가 목표물을 완벽하게 파괴한다. 마치 우주 공상과학영화의 한 장면 같다.
1999년 이후 금년 2월까지, 미국 미사일방어청(MDA: Missile Defense Agency)은 6번의 SM-3 탄도미사일 요격시험에서 5번 성공했다. 137km 상공에서 초당 3700m의 속도로 접근하던 탄도미사일을 요격미사일 SM-3가 파괴했다. 탐지에서부터 파괴까지 총 4분의 시간이 걸렸다.
탄도미사일은 발사 및 가속추진(Boost)단계, 대기권 밖을 비행하는 중간단계, 종말단계의 3단계
탄도미사일방어체제는 블록 2004(2004년~2005년)와 블록 2006(2006년~2007년) 2단계로 구축된다. 2005년 안에 처음으로 탄도미사일방어체계를 탑재한 이지스 구축함이 배치되고 2006년도까지 9척의 이지스함이 SM-3 미사일을 탑재하고 전세계 어디에서나 해상 탄도미사일방어작전을 수행할 것이다. 미국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Inter-Continental Ballistic Missile)까지도 요격할 수 있는 종합적 미사일방어체제로 바꾸려는 장기적 계획을 가지고 있다. 가능하다면 ICBM을 초기 발사 및 부스트 단계에서 요격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일본의 구상
일본은 2006년부터 미사일방어체제를 배치하기로 하고 북한의 미사일 위협에 대응한다는 명분으로 2011년까지 총 5000억엔을 투입한다. 일본이 구상하는 탄도미사일 방어체제는 2중 방어막을 설치하는 것이다. 단거리 및 중거리 탄도미사일에 대응하기 위하여 해상에 이지스 탄도미사일방어체제를 구축하고, 해상방어망을 뚫고 진입한 미사일은 2차로 육상에서 패트리어트 PAC-3로 요격한다. 콩고급 이지스구축함을 연차적으로 개량(Upgrade)하면서 미국이 개발한 SM-3 요격미사일을 2007년 말까지 도입하여 장착한다. 여기에만 542억엔이 소요될 것이라고 방위청이 밝혔다. 2011년까지 이지스 구축함 4척 모두를 개량하고 육상의 27개 방공부대 중 최소한 16 곳에 패트리어트 PAC-3를 배치한다.
한국과 미국은 굳건한 군사동맹을 유지하고 있다. 이와 동시에 미국은 아시아 태평양 전체와 인도양을 아우르기 위한 군사동맹으로 일본과 협력의 수준을 높이고 있다. 그렇다면 한국과 일본은 미국을 매개로 한 군사동맹국인가? 만일 한국과 일본 사이에 군사적 긴장이 조성되고 두 나라가 군사적 경쟁에 돌입 한다면 미국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이미 이 물음에 대한 답을 지난 회에 제시했다. 일본을 기지로 하여 전개되는 미국의 해군력은 일본 해군력의 투사와 별개가 아니라고 지적한바 있다. 또한 추후 살펴보겠지만 한국 해군력의 건설은, 특히 이지스 무기체계의 도입으로 대표되는 미국과의 군사협력은 야누스의 얼굴같이 양지와 음지를 동시에 지닌 이중성을 가진다.
흥미로운 사항이 하나 있다.
무기체계는 최고의 성능을 가지기 위해 끝임 없이 진화한다. 결코 뚫을 수 없는 것처럼 알려진 이지스 무기체계에도 어김없이 천적이 있다. 러시아가 이지스 무기체계를 무력화시키기 위해 개발했고 중국과 이란 인도 등에 공급된 배치한 SS-N-22(나토 코드이름 Sunburn)대함미사일이 그것이다. 북한이 이를 입수했을 가능성은 없는가?
윤석철객원 기자 ysc@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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