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邪道에 빠진 師道

입력
2005.06.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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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문제 유출, 음악회 티켓 강매 후 실기성적 올려주기, 학생회장선거 개입, 학부모로부터 얻은 정보로 주식투자, 자녀 위장전입, 금품과 향응 수수….

내신성적 조작 의혹이 제기돼 경찰의 수사를 받아온 서울 강남의 사립 K고는 말 그대로 ‘비리 백화점’이었다.

학생들의 모범이 돼야 할 교사들은 아무 거리낌 없이 온갖 비리를 저질렀지만 아무도 제지하는 사람이 없었다. 경찰수사 결과, 이 학교 교사 77명 중 무려 10명이 이번 사건에 개입된 것으로 확인됐다.

국어교사 이모(62)씨는 2003년 초 자신이 가르치던 학생 3명에게 “내 딸이 과외를 받았던 명문대 경제학과 출신의 족집게 과외교사를 소개해 주겠다”며 A(58)씨에게 영어과외를 받도록 주선하고 A씨로부터 소개비 명목으로 학생 1명당 40만원을 받아 챙겼다.

A씨는 같은 해 7월 1학기 기말고사 직전 학생들에게 19문제를 찍어주었고 이 중 15문제가 그대로 출제돼 과외를 받은 학생 대부분이 만점에 가까운 성적을 받았다. 그러나 경찰조사 결과, A씨는 고졸학력의 전직 출판업자로 드러났다.

경찰은 이씨가 같은 해 중간고사 직전 외부인의 출입이 금지된 학교 인쇄소에서 국어시험지 원안을 복사해 빼돌렸던 점으로 미루어 문제지를 유출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달아난 A씨를 쫓고 있다.

음악교사 이모(48)씨는 2003년부터 2년간 학부모회 임원 4명에게 음악회 입장권 40장을 80만원에 팔고 해당 학생들의 실기점수를 올려주었다. 이씨는 또 수행평가를 명목으로 자신이 출연하는 음악회의 무료티켓 400여장을 자신이 가르치던 1학년 학생 400여명에게 장당 8,000원을 받고 판 혐의도 받고 있다.

정모(50)씨 등 교사 2명은 지난해 6월 학생회장 선거를 앞두고 3명의 후보 중 특정학생의 당선을 돕기 위해 나머지 두 학생의 공약에 문제제기를 하면서 사퇴를 종용했다.

이들은 초등학교 교사인 해당 학생의 어머니 박모(43)씨를 개별적으로 만나 향응을 제공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박씨는 학부모회 대의원 13명에게도 자신의 아들을 지지해달라며 향응과 선물을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학생회장 경력이 있으면 대학 수시모집에서 가산점이 부여된다.

정씨는 자신이 담임을 맡고 있는 학생의 학부모로부터 얻은 정보를 이용해 특정회사의 주식 2,700만원 어치를 구입해 10일만에 300만원 가량의 이익을 챙기고, 고가의 골프채를 싸게 구입해달라고 청탁한 혐의도 받고 있다.

교사 고모(53)씨는 1학년 학년부장을 맡았던 2003년 자신의 자녀를 위장전입 시키고, 동료교사 4명과 함께 2003년 이후 각종 명목으로 23차례에 걸쳐 3,600만원 상당의 금품 및 향응을 제공 받았다.

서울 방배경찰서는 1일 문제지유출과 성적조작에 관련된 국어교사 이씨 등 교사 3명에 대해 업무방해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고씨 등 교사 7명을 배임수재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학부모 박씨는 배임증재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전성철 기자 foryo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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