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릇 화학물질에는 양면성이 있다. 이로울 수도 있고 해로울 수도 있다. 이를테면 구리, 망간, 크롬 등은 중독 증상을 일으킬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종합 비타민제 성분에는 이러한 중금속이 포함된다.
오존도 예외가 아니다. 산이나 바닷가 공기 중에 미량의 오존이 들어있으면 싱그럽고 상쾌한 느낌을 준다. 고도 20~25㎞ 상공의 오존층은 태양광선 중의 자외선을 차단해 지상 생물에 미치는 악영향을 줄여준다.
오존은 산화성과 살균력이 아주 강하므로 음료수 소독, 공기 정화를 비롯한 다양한 용도로 활용된다. 그러나 공기 중의 농도가 높으면 눈과 목을 자극하고 두통을 일으키며 호흡기 질환을 악화시킨다.
국내에서는 올해도 어김없이 5월 하순부터 전국 곳곳에서 ‘오존 주의보’가 발령되기 시작했다. 언론매체는 ‘오존 농도’에 따라 주의보, 경보, 중대경보를 발령한다고 보도하지만, 이 경우의 ‘오존’은 실제 오존과는 그 내용이 사뭇 다르다. 누구나 아는 사실이지만 공기의 주성분은 질소와 산소다.
자동차 엔진처럼 고온의 불꽃이 있는 곳이면 공기 중의 질소가 질소산화물로 산화되기 마련이다. 대기 중에서 이 질소산화물과 휘발유 등의 탄화수소에 강렬한 태양광선이 작용하면 복잡한 광화학반응에 의해 스모그(smog)를 형성한다. 이 광화학 스모그에는 오존을 비롯해 산화성이 강한 여러 과산화물이 들어있는데, 이를 통틀어 ‘옥시던트(oxidants)’라 한다.
옥시던트의 산화성을 오존의 산화성으로 환산해 나타낸 것이 이른바 ‘오존 농도’다. 따라서 엄밀하게는 ‘옥시던트 농도’, ‘옥시던트 주의보’라고 해야 맞는다.
광화학 스모그 피해는 1951년 여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처음 발생했다. 당시 65세 이상의 고령자 400여명이 사망했다. 일본 도쿄에서는 1970년 7월에 처음 피해가 발생했지만 사망자는 없었다.
어느 경우나 도시의 차량이 급증한 시기에 해당한다. 그동안 배기가스 제어장치를 개선하고 탄화수소의 누출을 철저하게 관리하며 사회 기반시설이 충실해지면서 이러한 선진국 도시에서의 옥시던트 주의보는 발령빈도가 급감했다. 특히 일본은 철도 위주의 대중교통정책이 큰 몫을 했다.
그러나 우리사회는 지금 옥시던트 주의보의 발령빈도가 급증하는 추세의 후진사회다. 경제력 기반이 취약한 우리는 여전히 버스 위주의 대중교통정책에 매달리고 있다.
조영일 연세대 화학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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