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섭섭함을 표출한 저항의 몸짓인가, 아니면 실추된 명예를 회복시키기 위한 고육지책인가.”
정찬용 전 청와대 인사수석이 31일 “노 대통령이 서남해안 개발을 맡아달라고 했다”고 공개한 배경을 둘러싸고 구구한 억측이 나오고 있다.
엄격히 보면 서남해안 개발이 행담도 개발과는 구별된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두 사업은 연결됐다. 때문에 노 대통령의 지시는 행담도 개발에 연루됐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져 청와대는 이 사실의 공개를 대단히 부담스러워 했다. 동북아시대위도 행담도 개발을 지원했기 때문에 “노 대통령이 행담도 의혹의 몸통”이라는 주장까지 나오게 됐다.
정 전 수석이 노 대통령에 부담이 될 줄 알면서 이를 공개했느냐는 곰곰이 되짚어볼 대목이다. 우선 정 전 수석이 자신이 행담도 의혹의 희생양이 될 수 있다고 판단, 노 대통령의 책임 문제를 끄집어내다는 분석이 있다.
“청와대가 정 전 수석의 책임으로 몰아가는데 대한 불만 때문”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이번 일로 정 전 수석이 노 대통령에게 등을 돌린 것”이라는 ‘배반론’도 일각에서 제기됐다.
그러나 정 전 수석의 얘기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정치적 배반’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정 전 수석은 “행담도 개발 문제는 노 대통령에게 보고하지 않았다”며 줄곧 노 대통령과 행담도 의혹을 분리시키려 했다. 청와대 관계자들도 정 전 수석에 불만을 갖고 있으면서도 “정 전 수석 나름대로 생각이 있어 공개한 것 같다”며 말을 아꼈다.
이런 맥락에서 정 전 수석의 공개를 명예 회복 차원으로 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청와대가 30일 “김재복 사장이 청와대를 9차례 방문했다”고 공개, “한 차례 만났다”는 정 전 수석의 말이 거짓말이 됐다. 정 전 수석은 거짓말 논란을 불식시키기 위해 노 대통령의 지시를 공개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정 전 수석이 어차피 감사원 감사나 검찰 수사에서 밝혀야 할 사실들이기 때문에 충격 완화 차원에서 미리 공개했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김광덕 기자 kdki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