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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나온다" 마른 바닥이 금세 개천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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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나온다" 마른 바닥이 금세 개천으로

입력
2005.06.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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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나옵니다.”

1일 오전 10시30분 청계광장. 이명박 서울시장의 청계천 통수(通水) 명령이 휴대폰을 통해 유지용수 펌프팀에 전달된 몇 초 후, ‘물 나온다’는 직원들의 외침이 들려왔다. 청계광장 대형분수 물꼭지에서 하얀 물거품이 일기 시작했다. 어느새 수십 가닥을 이룬 물줄기가 메마른 청계천 바닥으로 쏟아졌다.

3~4㎙의 낙차를 두고 떨어지던 물보라가 눈깜짝할 사이 어른 무릎 깊이의 청계천을 이뤘다. 일제가 복개공사를 시작한 1937년부터 치면 68년, 1958년 재개된 복개공사 이후부터 따지면 47년만에, 청계천으로 물이 흘러드는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 하루 12만톤, 평균 수심 40㎝

청계천의 물길이 열렸다. 서울시는 10월1일 준공식을 3개월 앞둔 이날 막바지 복원공사가 한창인 청계천에 실제로 물을 흘려보내는 ‘유지용수 통수시험’을 했다. 청계광장에서 열린 시험식에는 웅고 주한 엘살바도르 대사를 비롯한 각국 외교관들과 박진 맹형규 이혜훈 등 한나라당 의원들도 참석했다.

행사장에는 이른 아침부터 수백명의 시민과 취재진이 청계천으로 물이 쏟아져 들어가는 순간을 지켜보기 위해 몰려들었다. 이 시장은 시민들을 향해 “2년 여 동안 성심성의껏 협조해준 공직자들과 시민들에게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다” 며 “특히 휴가 일정까지 맞춰가며 청계천 복원에 협력해준 주변 상인, 노점상들 덕분에 오늘이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10시30분부터 오후 4시께까지 청계천으로 흐른 물은 잠실대교 인근 자양취수장에서 퍼 올려졌다. 이 물은 6㎞의 관로를 따라 뚝도정수장으로 흘러 정수, 소독 등의 처리과정을 거친 후 다시 11㎞의 관로를 따라 청계광장, 삼각동, 동대문, 성북천 하류 등 4개 지점으로 나눠져 흘러가며 이들 지점에서 폭포, 분수, 터널 등을 통해 청계천으로 유입된다.

시험 통수된 물은 3만 톤 정도. 시간당 5,000톤 가량이 1초당 30㎝의 유속으로 5.8㎞의 청계천 복원구간을 지나 중랑천을 거쳐 한강으로 흘러 들어간다. 한강물의 유속보다 약간 빠른 수준이다.

물이 고여 썩을 일은 없다. 곳곳에 마련된 여울이 유속을 조절하는 역할을 해 ‘졸졸’ 소리를 내며 흐르는 개천의 정취를 기대해볼 만하다. 청계천 준공 후에는 자양취수장에서 퍼올린 9만8,000톤의 한강물과 도심의 12개 지하철역 인근에 흐르는 지하수 2만2,000톤을 합쳐 하루 12만톤 가량의 물이 흐르게 된다. 이 정도면 청계천 평균 수심은 비가 오지 않을 때도 40㎝를 넘나들게 된다.

■ "청계천 물은 서울시민의 피”

청계광장을 떠난 유수가 디자인 문제로 재시공의 아픔을 겪은 무교동 모전교 아래까지 이르는 데는 5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통수 장면을 촬영하기 위해 청계천 바닥에 포진하고 있던 사진기자들 앞으로 순식간에 물보라가 몰려가는 바람에 황급히 피하는 즐거운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시민들운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누르며 박수를 보냈다. 갈채를 뚫고 한 시민이 “청계천에 흐르는 물은 서울시민의 피”라고 외치기도 했다.

공사중인 광통교와 광교 아래를 지나 길이 186㎙의 ‘정조반차도’ 벽화가 설치되는 곳에 이른 이 시장은 “복원공사를 한 후 주변 평균기온이 대략 1.2도 정도 내려갔다고 하는데 그만큼 청계천을 되살리는 것이 생태계에 도움이 되는 일” 이라고 말했다. 그는 “준공되면 1급수에 가까운 3ppm 정도의 맑은 물이 흘러 아이들이 세수하고 목욕하는 정겨운 모습을 다시 보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양홍주 기자 yanghong@hk.co.kr

■ 여름철 폭우 대비가 관건

1일 시험통수가 성공적으로 끝남에 따라 청계천 복원공사는 최종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청계천복원추진본부는 앞으로 조경시설과 유지용수 장치를 점검하면서 주변 조형물 설치에 총력을 기울일 계획이다. 특히 여름철 집중호우로 인한 시설물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대비하는데 힘을 쏟고 있다.

현재 전체 복원공사의 공정률은 96%. 일단 6월중 청계천 시작 지점에 조성하고 있는 ‘청계광장’ 공사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청계광장에는 대형 분수대와 보자기 문양의 바닥타일 등이 설치되는데 현재 분수대 윤곽은 드러난 상태. 740평의 광장에는 청계천을 133분의1 크기로 줄인 60㎙ 길이의 청계천 모형물이 설치되고 주변을 화려한 조명시설로 꾸미게 된다. 7월초에는 분수시설 등에 대한 종합적인 통수시험을 할 계획이다.

복원본부가 현재 내심 가장 우려하는 복병은 여름철 폭우다. 2001년 7월 시간당 60㎜의 집중호우가 내리면서 청계천 복개구간의 하수관이 넘쳐 주변 일대가 물난리가 난 적이 있기 때문이다. 복원본부는 “200년 주기의 홍수에도 대비, 시간당 118㎜의 강수량에도 견딜 수 있을 정도로 설계했다”며 “청계천이 범람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면서도 빗물이 급격히 유입될 경우 주변 돌다리와 조경석, 조경수 등의 시설물이 훼손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마음을 놓지 못하고 있다.

통수를 위해 자양취수장과 뚝도정수장에는 각각 150마력짜리 모터펌프 4대와 대형 변압기가 설치돼 1년 내내 가동된다. 이에 필요한 전기료가 연간 8억7,000만원, 하루 238만원에 달하고 이밖에 인건비 등 1년에 18억 정도가 소요된다. 일부에서는 “이외에도 하천 주변 청소 등 관리비가 만만치 않을 것이며 당분간 방범 문제에도 신경을 써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청계천 다리 중 디자인을 바꾸는 모전교와 문화재 복원 문제가 걸린 광통교가 7월말 개통되면 22개 교량이 완성될 예정이다. 시중은행들이 앞다퉈 지원한 벽화 공사도 두 달 안에 끝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조흥은행이 15억원을 기증해 제작하는 ‘정조반차도’는 8월말 설치된다. 관심을 모으는 청계광장 조형물 제작은 미국의 팝아트작가 클래스 올덴버그가 맡기로 알려졌으나, 서울시는 아직 공식적으로 작가와 후원기업 등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최진환 기자 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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