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학원에서 재수할 때였다. ‘재수생’이라는 우울한 신분이었지만 비교적 밝은 분위기로 자기 소개를 해야 하는 시간이 있었다. 대부분은 출신 고등학교와 이름을 얘기하고 “잘 지냅시다”정도로 맺고 교단을 내려왔지만, 그 중에는 개성 있게 팝송을 부르는 사람도 있었고 춤을 추는 사람도 있었다. 나도 돋보이고 싶은 마음에 차례가 되기까지 책상에 앉아 머리를 굴렸다.
그러다가 떠오른 것이 ‘세상에서 제일 긴 영어 단어는 무엇인가’라는 물음이었다. 우선 재미있는 농담으로 ‘smiles(웃음)’라고 대답하던 때가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앞 철자 s부터 뒷 철자 s까지가 mile(마일ㆍ거리 단위)이기 때문이다.
옥스퍼드 대사전에 명시되어 있는 가장 긴 영어단어는 바로 ‘진폐증’이라는 뜻의 단어다. pneumonoultramicroscopicsilicovolcanoconiosis. 총 45 글자로 이루어져 있다. 자기소개를 할 차례가 되자 나는 앞에 나가서 단숨에 칠판에다 이 단어를 썼다.
이것보다 약간 짧은 단어도 있다. ‘floccinaucinihilipilification’이다. ‘재물에 대해 무가치하게 생각함, 경시함’이라는 뜻이다. ‘hippopotomonstrosesquippedaliophobia’이라는 단어도 있다. 재미있게도 그 의미는 ‘길이가 긴 단어에 대한 공포증’이라고 한다.
‘aequeosalinocalcalinoceraceoaluminosocupreovitriolic’라는 단어는 에드워드 스트러더라는 17세기 화학자가 영국 브리스톨 지방의 광천수의 구성성분을 묘사한 것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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