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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 의료복지 르포-노인 케어 누가, 어떻게?] (3) 샌프란시스코 IHHT(在家 지원 서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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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 의료복지 르포-노인 케어 누가, 어떻게?] (3) 샌프란시스코 IHHT(在家 지원 서비스)

입력
2005.05.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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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장기요양보장제도를 도입하려면 미리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이 중에서도 서둘러 준비해야 할 일이 노인요양을 위한 전문가 양성이다.

의사, 간호사에게만 맡기기에는 재정적 부담도 크고, 많은 손길이 필요한 통합적 노인케어를 펼치기에도 역부족일 수 있다. 미국에선 이미 사회복지사(social worker), 간호조무사(certified nursing assistant), 가정봉사원(home health or home care aide), 개인보조원(personal care worker) 등 다양한 직종의 전문가들이 세분화돼 노인케어 현장에 투입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에 위치한 IHHS(In-Home Supportive Services: 재가지원서비스)는 노인케어 가정봉사원들의 교육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단체다.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허약한 노인들을 위해 비영리 민간조직 7개 단체가 컨소시엄을 만들어 홈케어 서비스를 펼치고 있다. IHHS는 홈케어 대상이 될 노인 선정에서 이들을 돌볼 전문가들을 선발, 교육, 훈련시켜 노인 가정에 연결시키고 서비스를 평가하는 역할까지 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 주와 연방 정부로부터 재정지원을 받는 만큼 주로 저소득층이 서비스 대상이다.

“의료서비스가 필요하지 않은데, 단지 독립적으로 생활할 수 없다는 이유로 요양원에 입소할 필요는 없지요. 요양원은 쾌적하지 못하고 개인생활이 보장되지 않아 노인들은 되도록 집에서 살고 싶어합니다. 코로 음식을 삽입해야 할 정도로 심각한 상태가 아니라면, 가정도우미나 봉사원의 도움을 받을 수만 있다면 사실 요양원에 가지 않고도 집에서 잘 지낼 수 있습니다.” 마가렛 베런 IHHS 사무총장은 샌프란시스코 일대 1,200여명의 환자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모두 500명의 가정봉사원을 확보하고 있다고 밝혔다. 가정봉사원 한명이 두 명의 노인을 케어하는 셈이다.

현재 샌프란시스코에는 모두 1만 2,000여명의 가정봉사원들이 활동 중이다. 이들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노인은 집을 제외한 자산이 2,000달러 이하로, 1인 가구수입이 월 680달러 이하여야 한다. 가족이 있다고 대상자 자격에서 제외되는 것은 아니다. 물론 가족이 노인을 재정적으로 지원하고 있는 경우는 해당되지 않는다. 많은 노인들이 가정봉사원의 케어를 받기 원해 ‘위기’라고 표현될 정도로 수요는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베이비부머들이 노령화할수록 ‘위기’는 더 심각해질 전망이다.

“매년 170여명의 가정봉사원에게 44시간의 기초교육을 실시합니다. 사실 충분치 않은 시간이죠. 그래서 매달 주제를 정해 특별한 기술과 지식을 제공하기도 합니다. 지난 달엔 알쯔하이머, 정신분열증을 앓고 있는 노인 환자를 어떻게 돌볼 것인가를 교육했지요.” 그는 홈케어 훈련에서 실습을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

가정봉사원 신청자는 대부분 중국계나 필리핀계 이민자들이다. 백인은 거의 없고 주로 중남미나 아시아계 이민자나 흑인들이 많다. 임금은 시간당 10.28달러를 받는다. 10년 전 4.25달러보다는 많이 올랐지만 여전히 샌프란시스코에서는 생활하기엔 부족한 돈이다. 불가피하게 선택한 직업일 수 있지만 대부분 가정봉사원들은 다른 사람을 돕는데 보람을 느끼는 성품을 가진 사람들이다.

가정봉사원들이 1년에 케어하는 노인은 약 1,600~1,700명 정도. 노인의 집을 방문해 청소서비스, 목욕, 옷입히기, 식사준비, 심부름 등을 도와준다.

가정봉사원 한명당 관리해야 하는 환자 수는 상황에 따라 다르다. 만약 환자가 하루 8시간 케어가 필요하다고 할 경우 한명의 가정봉사원이 케어할 수 있다. 서너시간 케어가 필요한 환자들은 한명의 가정봉사원이 3~4명씩을 관리 할 수도 있다.

”이들은 무척 강도 높은 노동을 하고 있습니다. 서비스를 받는 대상자들은 주로 저소득층으로, 주거환경도 최악이죠. 집에는 쓰레기가 산더미처럼 쌓여있고, 침대시트는 소변으로 젖어있고, 쥐들이 들락날락 거리고… 환자가 지팡이로 때리는 등 가정봉사원들을 함부로 대하기도 하지요.”

이렇듯 임금 수준은 낮고 일하는 환경이 열악해 스트레스가 높은 직업이기 때문에 이직률이 높다. 1년에 평균 30%가 교체된다. 가정봉사원들은 70%가 여성이다. 평균 나이는 53세. 일이 고되고, 나이가 많아서인지 노인 케어중 어깨나 등을 삐는 등 다칠 때가 종종 있다. 비만환자가 많기 때문에 어떤 가정엔 두명의 가정봉사원을 파견하기도 한다.

가정봉사원들은 노인의 집을 방문하면, 집 전화기를 통해 IHHT 본부에 케어정보를 입력하게 된다. 봉사원들이 제시간에 도착해 제대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갔는지 모니터링하는 시스템이다. 일부 가정봉사원들이 노인환자 집에 가지 않은 상태에서 거짓말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시스템은 가정봉사원을 관리할 뿐 아니라 실시간 수시로 변할 수 있는 노인환자의 건강을 케어하고 분석할 수 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받고 있다.

이들이 제공하는 서비스의 질은 사회복지사인 ‘사례관리자’(case manager)들이 노인의 집을 방문해 모니터링하고, 평가한다.

또 가정봉사원들은 선배 격인 ‘홈케어 지도사’로부터 노인케어에 대한 조언을 얻을 수 있다. IHHS는 ‘동료 멘토’(peer mentor)프로그램을 통해 고도로 숙련된 홈케어 제공자들이 가정봉사원에게 일에 잘 적응하고 전문기술을 배우도록 조언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 송영주 의학전문 대기자 yjsong@hk.co.kr

■ 사회복지사 제나 크롤리 인터뷰

“94세 치매 여성을 돌보았죠. 유머감각이 뛰어난 분이었습니다. 폐렴에 걸려 상태가 악화돼 저는 가족에게 마음의 준비를 하도록 알렸죠. 며칠 후 할머니는 사망했고 가족들이 장례식에서 저에게 추모사를 해달라 부탁해와 매우 감동받았지요.”

제나 크롤리(Genna Crawley)는 3년 전부터 워싱턴병원 MHCP(메디컬 하우스 콜 프로그램)에서 일하고 있는 노인전문 사회복지사다. 그는 대학졸업 후 ‘사회복지학’전공으로 석사학위를 땄으며, 현재 워싱턴 DC와 메릴랜드주에서 일할 수 있는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갖고 있다. 노인전문 사회복지사 자격증은 따로 없다.

장례식 몇 주 후엔 할머니의 재산권을 행사하는 법정 대리인이 전화해 그에게 카운셀링을 부탁하기도 했다. “가족들이 나중에 큰 도움이 되었다고 감사의 말을 전하더군요.” “환자와 가족과의 긴밀한 관계는 집을 방문했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그는 사회복지사의 역할을 인정해주고, 복지사간의 상호 신뢰 및 존중하는 정신이 자신이 희생적으로 일할 수 있는 자양분이라고 말했다.

물론 서너개가 넘는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노인환자들의 상담 및 병원 의뢰 역할이 쉬운 것은 아니다. “하루 서너차례 심호흡 시간을 가집니다. 휴대폰은 오전 8시에서 오후 5시까지만 켜고, 나머지 시간은 꺼둡니다. 스트레스에서 해방되는 시간을 갖기 위해서죠.”

송영주 의학전문 대기자

■ 전문가 눈으로 보니

아무리 핵가족화와 개인주의가 팽배한 미국사회라도 만성질환과 장애를 지닌 노인에 대한 간병과 수발은 주로 가족이 담당하고 있다. 노인의 60%가 가족의 돌봄을 받고 있으며, 심지어 40%는 전적으로 가족이 돌보고 있다. 문제는 가족이 모든 케어를 감당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실제 노인을 수발하는 가족원의 60%가 여성이며, 29%는 자신도 65세 이상인 노인이다. 저출산, 핵가족, 여성취업증가 등으로 가족의 노인케어 부담 또한 벅찬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노인을 전문으로 케어하는 인력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노인케어에는 의사, 간호사, 물리치료사, 사회복지사와 같은 전문직도 필요하지만 간호조무사(nursing assistant), 가정봉사원(home care aide), 개인보조원(personal care worker)과 같은 전문직 보조인력(paraprofessional)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이들은 노인의 사생활과 관련한 ‘손이 가는’ 서비스를 직접 제공함으로써 활동이 불편한 노인이 삶의 질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해드리고 있다. 간호조무사는 주로 너싱홈과 같은 장기요양시설에서 노인에 대한 간호업무를 보조하며 가정봉사원은 간호인력의 감독 하에 병원에서 퇴원한 환자의 집을 방문하여 가사를 돕는다. 개인보조원은 병원이나 너싱홈에서 노인의 수발을 든다.

이러한 전문직 보조인력은 전체 장기요양인력의 3분의 2를 차지하며 현재 간호조무사와 가정봉사원의 숫자만 해도 각각 75만 명 정도 된다. 실제 케어인력의 수는 개인적으로 구매하는 서비스 인력까지 포함한다면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캘리포니아주에서는 IHSS 프로그램을 통해 20만 명의 독립적인 보조인력를 고용하고 있을 정도이다.

하지만 낮은 임금, 격무, 열악한 업무환경, 사회적 편견 등으로 인해 인력확보에 어려움이 크며 이직률(간호조무사: 45%이상)도 매우 높은 편이다. 인력의 구성을 보면 주로 여성이 차지하고 있으며, 인종별로 보면 간호보조원의 경우 백인(55%), 흑인(35%), 히스패닉(10%)이다. 이들은 교육과 경제수준이 낮은데다 육체적으로 매우 힘든 일을 감당하지만 소득은 최저임금보다 조금 더 받고 있는 형편이다.

미국은 베이붐 세대의 고령화를 감안할 때 늘어나는 케어인력 수요에 공급이 따르지 못할 위기에 처해 있다. 노동통계청(BLS)에 따르면 2006년까지 개인보조원은 84.7%의 성장률을 보여 전 직종 중에서 4번째로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가정봉사원은 74.6%, 간호조무사는 25.4% 성장 전망). 수급의 차질은 곧 노인에 대한 질적 서비스와 삶의 질에 악영향으로 이어질 것이 자명하다.

이에 정부는 보조인력에 대한 처우개선, 재교육, 이민정책 등 각종 대책을 시급히 강구하고 있다. 노인케어의 최전선에 서 있는 전문직 보조인력이야말로 고령사회의 수준을 가늠하는 중요한 바로미터이기 때문이다.

이윤환 아주대의대 예방의학과 교수(한국일보 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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