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라인강에서 동양인들은 ‘로렐라이 언덕’부터 찾고 서양인들은 2차대전 종전을 3개월 앞당겼다는, 어제 이 지면에 얘기한 ‘레마겐의 철교’부터 찾는다고 한다. ‘레마겐의 철교’는 같은 제목의 영화가 있고 ‘로렐라이 언덕’은 같은 제목의 노래가 있다.
애초 로렐라이는 라인강가에서도 그렇게 유명한 명소가 아니었다고 한다. 처음 한국 사람들과 일본 사람들이 물었을 때 독일사람 대부분은 그게 라인강 어디에 있는지도 몰라 왜 우리도 잘 모르는 곳을 찾는 거지, 하고 오히려 그것을 의아하게 여겼다고 한다.
‘로렐라이 언덕’이라는 노래 때문이었다. 독일 사람들도 잘 모르는 이 노래가 일본의 중고등학교 음악책에 실렸는데, 이 일본 음악책의 외국곡을 거의 그대로 베끼다시피 한 우리나라 음악책에도 그 노래가 실렸다. 그러다 보니 예전에 교내 콩쿨이나 동네 노래 자랑에서까지 빠지지 않고 불리우는 ‘추억의 명곡’이 되어버린 것이다.
그 얘기를 ‘로렐라이 언덕’에서 들으며 잠시 서글픈 생각이 들었다. 노래가 문제가 있다는 것이 아니라, 우리는 해방이 된 다음 이날까지 학교에서 배우는 음악책마저 일본 책을 거의 그대로 베껴왔다는 것이 못내 서글프기만 하던 것이다.
소설가 이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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